등록 : 2005.08.25 16:39
수정 : 2005.08.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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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의 폭력
박경만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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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이 땅에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라면 심지어 공정·객관적 보도의 전형처럼 여기는 풍조마저 있다. 그렇게 보도록 길들여져 있다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엄 촘스키는 말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류 언론은 이데올로기를 관장하는 중요한 기관으로서 지배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고 있으며, 그들의 여론을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만들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시민 의식을 조작함으로써 끊임없이 동의를 생산해낸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주류언론들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고 부추겼을 뿐 아니라, 그것이 날조된 대량살상무기 개발의혹을 명분으로 저질러진 제국주의 불법침략행위임이 확연해진 지금까지도 전쟁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 제대로 의문을 제기하고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 또 남북한이 화해무드를 탈 때마다 절묘하게도 영변이니 금창리니 ‘북핵’관련 의혹들을 때맞춘듯 보도함으로써 일을 번번이 그르치게 했고, 남쪽의 연이은 정권교체 뒤 한국내 ‘반미무드’를 부풀리면서 새 집권세력에 노골적인 적대감정을 부추기고 자신들과 한통속이었던 기득권세력을 일방적으로 감싸온 행태도 이젠 낯설지 않다.
그래도 이 땅의 주류언론에 비하면 미국 주류언론은 점잖다고 해야 할 판이다. 이 땅 주류언론의 기사재료 선별, 제목 비틀기, 뉴스 크기 조작, 억지 해석, 사실 날조 왜곡 따위를 통한 여론조작은 언론의 상궤를 완전히 벗어난 지 오래다. 현재 한국사회의 혼돈과 좌절, 낭패감의 발신지는 바로 약삭빠른 정치적 계산만 빼고는 무지몽매에 가까운 자사 이기주의와 계급적 이해에 눈먼 주류언론집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18년간의 신문 편집기자와 전문연구자의 이력을 지닌 박경만의 <조작의 폭력>은 바로 왜 이런 주장과 진단을 내릴 수 있는지 그 이유를 까발린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인 최근의 보도사례들을 낱낱이 예시, 비교하면서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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