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5 17:19
수정 : 2005.08.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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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도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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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기적 유전자>(1976)의 저자이자 저명한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62)의 에세이 <악마의 사도>(바다출판사 펴냄)가 출간됐다. 지난 25년 동안 그가 썼던 기고문·연설문·서평과 헌사 등에서 가려뽑은 32편을 묶었다.
책의 제목 ‘악마의 사도’는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내기 전인 1856년 친구한테 보낸 편지에서 썼던 표현으로 ‘자연선택이라는 완전히 무계획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진화의 과정’에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32편의 글은 다윈주의와 과학 전반을 다룬 글, 종교·도덕·교육·진리를 비판하거나 예찬하는 글과 그의 개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 등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 도킨스가 만든 신조어로 널리 쓰이는 ‘밈(meme, 문화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 뿐 아니라 미국 9·11 테러 이후 종교의 해악을 비판하는 분노, 딸 줄리엣을 위한 기도, 아프리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향수 등이 도킨스의 여러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과학적 사고’는 그의 에세이에서 중요한 열쇠말이 되고 있다. 과학, 진리, 증거에 기대는 그의 완고한 태도는 여러 대목에서 독자들을 다소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뉴에이지 신비주의와 영성이라는 흐리멍텅한 사유, 언뜻 볼 때는 대단히 인상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고차원적 군소리’, 계시 종교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이고 신앙에 기반을 둔 신념들”(편집자 서문)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바로 과학의 능력이라고 도킨스는 강조한다. 그의 발언은 때때로 얼마나 논쟁 유발적인가. “종교적 견해가 자동적으로 의구심 없이 어떤 존경을 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편리하게 꾸며낸 이야기를 왜 우리 사회가 그토록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여 왔을까?”(‘돌리와 바보들’, 287쪽)
‘이기적 유전자’를 진화의 중심으로 바라보아 종종 유전자 결정론자라는 오해를 받는 도킨스는 ‘유전자는 우리가 아니다’라는 글에서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도깨비는 매장시킬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을 편다. 그는 동성애의 원인 유전자를 밝혔다는 한 연구성과를 거론하면서 그것이 통계적 의미일 뿐이라며 “유전자는 결코 결정론을 독점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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