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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과 그의 부인 카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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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50주기 맞아 행사 풍성
해학성 넘치는 작품속 인물
에세이와 풍자화로 되살려
정치적 성향 다룬 책 출간
동성애적 측면도 집중 조명
바깥세상 책읽기
“내가 있는 곳에 독일문화가 있다”라는 토마스 만의 말을 증명하듯 지난 8월12일 그의 사망 50주년을 맞아 독일인들은 토마스 만을 다시 기념했다. 7일부터 13일까지 그의 고향인 한자도시 뤼베크에서 ‘토마스 만 축제주간’이 열렸다. 이 기간에 그의 생가였던 토마스 만 박물관 ‘부덴부르크하우스’에서는 그에 관한 특별전시회, 강연, 학술회의, 영화상연, 기념식 등 여러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인 13일 기념식에는 토마스 만의 생가 바로 앞, 그가 세례를 받았던 마리엔 교회에서 독일 연방대통령, 문학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슐레비히 홀슈타인 주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그를 일러 “가장 독일적인 독일인”이며, “독일의 불행 가운데 행운”이라고 평한 사람은 유대인 출신의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 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다. 토마스 만의 대중화에 가장 많이 기여한 라이히라니츠키가 주도했던 종영 인기 문학토론 방송 ‘문학 4중주’ 토마스 만 특별 방송도 17일에 방영됐다. 문학 4중주는 이미 종영된 방송이지만 괴테와 쉴러 기념일에도 특별 방송이 나간 적이 있다.
독일 문학가 중 괴테 다음으로 많이 연구되는 토마스 만의 작품은 상세한 설명, 복잡한 암시, 긴 심리묘사, 난해한 문장으로 읽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작품은 반어적, 해학적이다. 이러한 측면을 풍자화가인 로베르트 게른하르트가 부각시켰다. 부덴부르크 하우스에서 열리는 ‘토마스 만 박사의 주변인물관()’ 특별 전시회에 그의 풍자화가 전시되어 토마스 만 애독자들에게 해학적 측면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는 개 도살자, 정신병자 등 작품에 등장하는 기이한 주변인물의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예를 들면 이 풍자화에 그려진 인물 중에 <베니스에서의 죽음>(1912)의 첫 장면에 주인공 구스타프 폰 에셴바흐가 보고 놀랐던, 화장을 하고 가발을 써서 젊은이처럼 차려입은 노인도 있다. 이 풍자화는 피셔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바바라 호프마이스터가 토마스 만의 작품 주변인물 중에서 15명을 골라 쓴 에세이가 이 풍자화에 곁들여져 있다.
토마스 만과 정치에 관한 서적도 새로 출간됐다. 역사가인 만프레드 괴르테마르커가 쓴 <토마스 만과 정치>(피셔 출판사)다. 이미 토마스 만의 정치적 행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그는 <어느 비정치적 인간의 고찰>(1918)이라는 에세이집에서 민주주의는 독일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어서, 그의 정치적 성향이 의심을 샀다. 그러나 원래 군주주의자이던 그가 민주주의자로 탈바꿈한 것,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 한 것은 그의 중요한 전기에 속한다. 그러나 괴르테마르커는 토마스 만은 원래 비정치적인 인물이었다고 주장한다. 토마스 만이 자유와 평등을 기본가치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의 유일한 정치적 공적은 나치에 일관성 있게 대항한 점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나 <토니오 크뢰거>(1903) 등에 나타난 동성애자적 심리, 정서 묘사로 인해 독자들은 공공연히 의구심을 표시했다. 2000년 그의 일기가 출판되자, 그의 동성애적 취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렇지만 그는 그의 삶에서 직접 동성애 관계를 가진 적은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성적 취향을 억누르며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이번 기념행사에서 베를린의 게이 박물관은 토마스 만 특별전시회를 열어, 그의 동성애자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토마스 만의 일기가 출판된 뒤, 몇 년 전부터 대중매체를 통해 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2001년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가 방영한 토마스 만의 가족사를 그린 3부작 미니시리즈 <만의 가족>은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특히 자녀들인 클라우스 만과 에리카 만의 동성애자로서의 삶의 행적도 적나라하게 그려 관심을 모았다. 또한 발터 옌스와 그의 부인 잉에 옌스가 공동 집필한 토마스 만 부인의 전기 <토마스 만의 부인>(로로로 출판사)도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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