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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18:03 수정 : 2005.08.25 18:04

고두현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늦게 온 소포>의 시인 고두현(42)씨가 두 번째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랜덤하우스중앙)를 묶어냈다. 첫 시집 이후 5년 만이고, 이번에는 편지다.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물미해안이란 시인의 고향인 경남 남해의 남쪽 해안을 가리킨다. 첫 시집의 표제작이 고향의 어머니가 보내 온 유자 소포에 관한 시였던 것을 상기하면 시인의 고향 사랑이 유별남을 알겠다. 하지만 그 고향이 어디 예사 고향인가. 나라 안에서도 수려하기로 손꼽히는 고장이다. 어쨌거나 인용한 시에서 길과 섬, “부드럽게 휘어지고”와 “팽팽하게 당기는데”가 보여주는 이미지의 조합은 탁발하다. 길과 섬이 연출하는 긴장과 조화는 다시 ‘그대’를 향한 사랑의 탄력과 이완으로 나아간다. 다른 시들을 보자.

 “너를 기다리며/그립다 그립다//밤새 쓴 편지를 부치고/돌아오는 아침/우체국에서 여기까지/길은 얼마나/먼가.”(<별에게 묻다>)

 “세상일에 순서가 따로 있겠는가/저 밝은 달빛이 그대와 나/누굴 먼저 비추는지/우리 처음 만났을 때/누구 마음 먼저 기울었는지/무슨 상관 있으랴”(<수연산방에서 - <무서록>을 읽다>)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어머니의 애틋한 자식 사랑을 유자 소포를 매개 삼아 노래했던 시인은 “이젠 안 계시”(<한여름>)는 어머니의 빈 자리를 지하철에서 확인하며 그리워한다.

 “마흔 고개/붐비는 지하철/어쩌다 빈 자리 날 때마다/이젠 여기 앉으세요 어머니/없는 먼지 털어가며 몇 번씩 권하지만/괜찮다 괜찮다, 아득한 땅속 길/천천히 흔들리며 손사래만 연신 치는/그 모습 눈에 밟혀 나도 엉거주춤/끝내 앉지 못하고.”(<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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