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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1 16:32 수정 : 2005.09.01 16:32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교수·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의 책으로 읽는 과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코의서재 펴냄, 2005년
인간을 들여다보는 20세기 심리학자들의 위대한 실험 10가지

텔레비전 한 대가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 시대로 떨어졌다. 하나둘씩 모여 선 원시인들이 텔레비전 주위에 둘러앉아 유심히 방송을 들여다본다. 이 안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이 신기한 기계가 작동하는 원리는 과연 무엇일까?

마음과 의식을 연구하다보면 가끔 텔레비전 앞에 마주 앉은 원시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과연 현대과학으로 ‘마음’이라는 블랙박스의 원리를 밝혀낼 수 있을까? 열심히 분해해 보았지만 도무지 화면이 나오는 원리를 종잡을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한 원시인들처럼, 인간 심리의 본질을 밝히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도 거대한 벽 앞에서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지난 100년 동안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밝혀낸 ‘마음에 대한 이해’는 지난 2천년 동안 인류가 얻은 마음에 대한 이해보다 더 깊고 넓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20세기를 관통하면서 마음이 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기억과 감정, 동기와 보상, 자유의지와 복종, 의식과 행동 등이 일어나는 대뇌 원리에 대해 더욱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던 블랙박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급격한 인지과학의 발전에는 20세기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의 기발하고 정교한 심리 실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음이라는 애물단지를 객관적 탐구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정교한 실험을 통해 재현 가능한 사실들을 얻어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인간 심리에 대한 에세이를 맛깔스럽게 쓰는 것으로 유명한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바로 인간 이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심리 실험 10개를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매력은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내면의 모습들이 심리학자들의 놀라운 관찰력과 잘 짜여진 실험 덕분에 극적으로 폭로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퀸스에서 한 여성이 강간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38명의 강간 살인 목격자는 왜 신고조차 하지 않았을까? 지성과 교양을 갖춘 나치 장교들은 왜 히틀러의 비인간적인 명령에 아무 저항 없이 복종했을까?


이 책은 먼저 이렇게 충격적인 사건를 예로 들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디자인했던 심리학자들의 연구 과정을 소개한다. ‘사람에서 가혹 행위를 시켰을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답하기 위해 전기 충격 실험을 했던 밀그램의 실험과정, ‘자신의 믿음과 행동이 서로 갈등을 일으킬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 갈등을 해결하는가‘를 연구했던 패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연구 등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가끔 우리는 나 자신도 몰랐던 내 모습을 책에서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는 ‘밤새도록 생각에 젖은 철학자’가 되곤 한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틀림없이 한 동안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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