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1 17:02
수정 : 2005.09.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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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찻그릇은 무엇인가?
정동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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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도예 또는 도자기에 관한 글들을 읽고 있으면, 시대의 상흔이란 이토록 오래도록 남는 것인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그 상흔이란 주로 일제 식민지배, 더 거슬러 올라가서 임진년의 왜란이 할퀴어 놓은 깊고 험한 생채기를 말한다. 도자기만큼 한-일간의 역사와 그 뒤틀림과 고통을 한 분야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작가 정동주가 쓴 <우리시대 찻그릇은 무엇인가?>는 ‘아름다운 도예작가 14인 이야기’라는 부제가 가리키는대로 열네 사람의 물레대장(사기장)들의 세계 탐방이 중심을 이룬다. 저자의 말마따나 지금 이 땅에서 도예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내력을 지닌 이들 14명을 어떻게 선정했을까. “한국의 전통도예는 중국의 것과 다르고, 일본의 것과 다르고, 또 서양의 것과 다른 것이다. 중국은 중국의 현대도예가 있고, 일본은 일본의 현대도예가 있다. 물론 서양 또한 서양의 현대도예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대도예는 도대체 무엇인가?” 선정의 기준은 이 말속에 들어 있다. 바로 한국 고유의 도예, 다시 말해 우리 시대의 찻그릇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내고 구현하기 위해 정진하는 사기장, 또는 그 길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번드르하지만 속살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이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되겠다.
저자에게 전통과 현대는 상호 단절이나 반대로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도예는 전통도예를 바탕으로 그것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것이며, 우리 시대 또는 한국의 현대도예는 주로 일본의 침략과 자본의 침탈이 남긴 상처들을 치유해서 우리 나름의 독자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조형언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도예 약사를 정리하고 물레대장들의 현장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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