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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1 17:08 수정 : 2005.09.01 17:08

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권형진·이종훈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 2만원

잠깐독서

1970년대 반공 웅변대회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이승복. 무장공비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고 살해되었다는 <조선일보>의 기사(68년 12월11일치)는 그를 반공제단의 순교자로 만드는 첫단추였다. 박정희 정권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불행한 소년 이승복은 영웅으로 변해갔다. 실기편찬, 기념탑·기념관 건립, 추모의 노래 보급, 나아가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등 이런 추세는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글짓기대회, 웅변대회의 단골소재였고 학교마다 그의 동상이 세종대왕과 나란히 세워졌다. 전두환 정권 때(1982년) 건립된 대규모 기념관에는 2002년까지 1천만명이 다녀갔다.

<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휴머니스트 펴냄)는 파시즘 체제에서 영웅이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메커니즘에 대한 탐구다. 영웅담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누군가는 시대적인 존재이며 그 시대는 무엇인가 요구가 있다는 게 이 책의 출발점이다.

1차 세계대전 이래 등장한 ‘대중영웅’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통적인 의미의 영웅과는 달리 권력의 이데올로기와 대중의 욕망이 합치되는 지점에서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로 변했다. 나치의 호르스트 베셀, 마오쩌둥의 노동영웅 레이펑, 김일성 체제의 천리마 영웅 길확실, 한국의 반공투사 이승복, 스탈린 시대의 소년영웅 모로조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 국민적 영웅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는데, 한국 박정희 정권의 이순신, 나치의 비스마르크, 프랑스 비시정권의 잔다르크,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의 성녀 테레사 등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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