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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래 드문 고선박 발굴 |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출토된 나무배는 고고학적 퇴적층위로 미뤄 그 제작연대가 8천여 년 전쯤의 신석기 시대 유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배는 비봉리 유적의 제5패층 아래에서 출토됐는데, 제5패층은 비봉리유적의 가장 아래층으로 신석기시대의 초창기층으로 추정되는 층위.
현재까지 우리 나라에서 출토된 배는 경주 안압지 배(8세기), 완도선과 십이동파도선(11세기), 안좌도선(13~14세기), 달리도선(14세기) 등 모두 역사시대의 것들이다.
선박유물은 해저에 매장돼 있는 경우가 많아 발굴 작업이 어렵고, 매장 유무의 확인도 쉽지 않아 현재까지 보고된 고선박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 출토된 배 중 경주 안압지 배는 1975년 인양된 통나무배로 이번에 발굴된 비봉리 나무배와 같은 소나무 재질이다. 안압지는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한 신라 때의 연못으로, 여기서 인양된 안압지 배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1984년 발굴된 완도선은 11세기 고려시대의 선박으로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등으로 제작됐다.
2004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안품' 근해 해저 16m지점에서 발굴된 십이동파도선 역시 완도선과 같이 11세기 고려시대의 배. 당시 유물의 매장 상태로 보아 선체는 전복되지 않고 바로 가라앉은 것으로 판단됐다.
달리도선 역시 고려시대(13세기)의 배다. 1995년 목포 달리도 해안에서 발굴ㆍ인양됐으며, 주로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안좌도선은 지난 2월 전남 신안군 안좌면 금산리 해상에서 발견ㆍ신고된 고선박으로 현재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이 발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역시 고려시대의 유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존에 보고된 이들 고선박이 모두 신라나 고려 등 역사시대의 유물인데 비해, 이번에 출토된 비봉리의 나무배는 그 제작 추정연대가 무려 8천여 년 전으로, 기존에 출토된 배들보다 훨씬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의 배다.
이는 한반도와 근접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알려진 토리하마1호(일본 후쿠이현의 신석기시대 패총 발굴된 고선박 유적)이나 이키리키유적보다도 약 2천년 이상을 앞서는 것이다.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곽유석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954년 이집트의 쿠프왕의 피라미드 옆에서 발굴된 고선박이 그 제작연대가 4천6백여년전으로 추정되며, 1960년대 터키의 보드룸 항구에서 20여㎞ 떨어진 겔리도니 만 해저에서 발굴된 난파선도 신석기시대보다 후대인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출토된 고선박 중 가장 오래된 것임이 확실한 이번 창녕 비봉리의 신석기시대 나무배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가 드문 고선박 발굴사례의 쾌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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