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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8 16:22 수정 : 2006.02.22 19:48

사회평론 ‘행복의 정복’

아깝다 이책

<행복의 정복>은 우리 출판사가 월간 <사회평론 길>을 내던 시절 기획했던 책이다. 90년대 중후반, 우리 출판사는 만성 적자와 부채에 시달렸다. 황지우 시인은 나한테 말했다. “잡지로 돈버는 게 어딨냐? 그건 그냥 하는 거고 단행본을 내든가 해야지.” 게다가 우리 월간지에 연재되던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창비사에서 나와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 출판이 우리의 희망이야.

하지만 서점을 나가보면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아이템들은 이미 다 책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가 해외 출간 정보들을 사람들은 다 어떻게 알고 내는지….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당시 우리는 에이전시들에서 해외 신간도서들을 소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행복의 정복>은 고등학교 시절 영어참고서 <성문종합영어> 장문독해 지문을 통해 알려졌던 책이다. 나도 대학 때 영문 독해를 해본답시고 시사영어사 영한대역 문고 중의 하나로 나와 있던 책을 사본 경험이 있었다. ‘아 그래 그 책을 내면 좋겠다.’ 내 수준에서 출판기획이라는 것은 고작 이런 것들이었다. 다행히 러셀은 평화운동에도 앞장섰던 지식인이어서 회사의 분위기하고는 잘 어울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 책이 정식 저작권 계약이 되어 있진 않았지만 이미 국내의 몇몇 출판사에서 번역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미 출간되었던 책은 언론사에서 서평을 잘 실어주질 않는다고들 했다. 그러고 있는데 러셀의 책들을 출간하는 영국의 출판사 루트리지 출판사 관계자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에이전시쪽의 도움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러셀의 책 중에서 루트리지 출판사 저작권 관리자에게 추천받은 책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었다. 이 책은 1997년 출간되면서부터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우리 출판사의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지금까지 13쇄를 찍었다. 러셀과의 만남은 이어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러셀 자서전>까지 펴내게 되었는데, 앞선 책들의 나름의 성공이 있어서 드디어 2004년 말에 <행복의 정복>을 냈다.

출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통적인 장르 중 하나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얘기, 행복론 류의 비소설 분야다. 하지만 항상 아쉬운 것은 그런 행복론들이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을 사회적 맥락을 거세한 채 개인적인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던가, 너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뭘 그러느냐는 식의, 맞는 얘기기는 하지만 진실의 반쪽만을 얘기해주는 책들 말이다.

‘그런 것들은 먹어도 먹어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탄산음료 같은 거야, 진짜 물을 먹어야지.’ ‘사회적 맥락을 거세한 그런 류의 글들은 부분적으로는 반동적이기까지 한 거야.’ 우리는 이렇듯 심오하게 <행복의 정복> 출간의 ‘대의명분’을 정리했다.

책을 출간하게 되면 사람들은 항상 어느 정도는 주관적으로 되나 보다. 세상에 행복해지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리고 출판의 전통적인 대박 장르인 행복해지는 이야기류의 독자들이 ‘엄청’ 많으므로 그 100분의 1이라도 러셀의 행복론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 기대는 항상 배반이라는 단어를 동반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나름대로는 10년 걸려서 나오게 된 <행복의 정복>은 아직 초판도 털지를 못했다. 사람들은 왜 행복해지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윤철호/<사회평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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