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8 16:46
수정 : 2005.09.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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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베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 리브르 펴냄.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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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청소년기를 지나 중장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누구나 탄식처럼 내뱉는 의문이다. 이를 책 제목으로 삼은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심리학사 교수 다우베 드라이스마는 그 이유로 세가지를 든다. 첫째, 망원경 효과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 마치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처럼 사건들이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거리가 축소되고, 그 사건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둘째, 회상효과다. 사람들은 사건을 기억할 때 “내가 …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사에서 과장으로 있을 때” 따위의 자기만의 시간 표식을 사용한다. 이런 시간표식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다면 그만큼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중년 이후에는 그게 줄어든다. 셋째, 생리적 시계다. 호흡, 맥박, 신진대사 등 체내의 모든 시계를 통제하는 것은 시상하부 교차상핵(SCN)인데, 나이가 들수록 그 세포가 줄고 그것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도 줄어 시간감각에 문제가 발생한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흔히 그 위기의 순간 자신의 전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펼쳐졌다는 증언들을 남겼다. 충격과 경악의 순간 대량의 아드레날린이 방출돼 뇌가 극단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갖가지 생각과 반응들이 빠른 속도로 연달아 나타나고, 엔도르핀이 생산돼 감각이 무디어지면서 통증과 두려움도 사라진다. 죽음의 공포에 대응하려는 인체의 자연스런 방어기제 작동이라고 한다.
문득 언젠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것 같다는 기시감, 즉 데자부는 왜 일어날까. 왜 수치스런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까. ‘레인맨’같은 자폐아들의 비상한 수학적 계산능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이런 ‘자전적 기억’과 관련된 여러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심리학 실험들과 철학자·정신의학자·생물학자·신경학자의 연구 데이터 등을 동원해 때론 과학으로, 때론 문학적 은유를 통해 진실에 접근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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