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8 17:36
수정 : 2005.09.09 14:24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펴냄. 9800원
|
인터뷰/‘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낸 한비야씨
세계일주 오지 여행가로 널리 알려진 한비야(47)가 5년만에 베테랑 재난구호 요원으로 다시 독자들과 만난다. 지난 5년간 전쟁과 기아, 에이즈, 지진, 해일 등으로 처참한 인명피해가 난 아프가니스탄, 잠비아, 말라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남아시아 등지의 재난현장을 발로 뛴 그가 ‘평화와 생명의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생생하고 박진감있게 그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내놨다.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있는 자에게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할 것인지, 그것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것인지. 혹은 평생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지난 6일 <한겨레>를 찾은 그는 여전히 밝고 힘이 넘쳤다. 금방 책을 마무리한 때문인지 ‘들어가는 글’에 쓴 확신에 찬 얘기들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이 일’이란 그에게 10년만에 다시 명함을 새기도록 한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한국사무실 긴급구호 팀장 역할이다. 긴급구호는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생존위기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생명이 최대한 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일까지”를 말한다. 세계 어디든 간다. 2001년 월드비전쪽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첫 활동지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날 때만 해도 홍보 요원이었으나 지금은 요원들을 훈련하고 본부 차원의 구호계획 수립에도 참여할 정도의 베테랑 물자배분 요원이 됐다. 지난 7월엔 북한도 다녀왔다.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낸 한비야씨
|
그가 지금까지 다녀온 국가는 모두 93개국. 구호요원이 된 뒤 찾아간 나라들은 이 가운데 20여개 국. 1년에 3개월 이상은 의무적으로 재난 현장에 가 있어야 하는 그는 서울에 있는 지금도 항상 48시간 대기체제를 유지한다. ‘48시간 대기’란 월드비전에서 현장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곧 바로 지원물자 등을 챙겨 48시간내에 떠나야 하고, 그곳이 아시아지역이면 그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 활동지로 그는 “밝은 대낮 하늘을 저녁노을처럼 물들이며 덮쳐오는 메뚜기떼”로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니제르, 수단, 우간다 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돈은 어디서 나오나? “한푼 한푼 모두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부가 민간단체에게 지원하는 긴급구호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보조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재난이 생기면 민간단체들은 신문, 방송, 강연, 설명회, 이벤트, 회원들에게 직접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열심히 모금해야 한다.” 1천-2천원이면 생명을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한국인들은 고품질 인정과 측은지심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정보부족으로 바깥세상의 비참과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통장에서는 매월 따로 돈이 빠져나간다. 에티오피아의 젠네부(11), 방글라데시의 아도리(11), 몽골의 엔크흐진(2), 이 세 ‘딸’에게 2만원씩 보내는 돈이다. 그 돈이 그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렸고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다. 네팔쪽에도 새로 아이가 생겼다.
그는 세상이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정글이라는 얘기는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꾸며낸 거짓”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세상은 나눔의 대상이며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달콤한 자연사보다는 맞서 싸우며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그의 말은 “가지지 못한 약자편에 서겠다”는 얘기며, 또한 언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숱한 위험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얘기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