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숙/이화여대 교수·수학 WISE거점센터소장 hsllee@ewha.ac.kr
|
과학이 만난 사회
최근에 중국 수리과학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대표적인 대학들과 연구기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은 소문대로 가는 곳마다 전통과 첨단의 조화 속에 눈부신 성장을 통해서 경제대국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수확은 과학기술 대국을 향한 중국 수리과학의 빠른 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와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으로 세계 속에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청소년에게 과학자로서의 희망을 불어넣고 있듯이, 중국 수학에는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 수상자 싱-퉁 야우가 있었다. 현재 하버드대학 교수인 그는 훌륭한 중국인 제자를 많이 길러냈을 뿐만 아니라 재력가들을 설득하여 중국에 여러 개의 국제적 수준의 수학연구소를 세웠다. 연구소 건물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운영시스템 소프트웨어 및 인력도 함께 제공한다. 한 예로 최근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초빙된 저장대학 수학연구소 케펭 리우 연구소장 겸 과장은 동료들의 지지 아래 학문의 인브리딩 현상을 개선하고, 최고 수학자들을 배출했던 전통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200여명의 수학전공 신입생 중에서 10% 안의 우수학생들을 선발하여 세계적인 수학자로 키우기 위한 특별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훗날 수리과학 발전에 공헌할 것을 생각하면 기대가 크지만, 학생들을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교육하려는 국내 교육현실을 돌아보면 아찔한 생각도 든다. 화교들이 세계 곳곳에서 상권을 쥐고 필요할 때마다 자국을 돕고 있는 것처럼 중국수학계도 비슷한 도움을 받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 중인 수학자들이 중국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중국수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학생들과 젊은 수학자들에게 최신의 연구 내용을 전달하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편미분방정식 분야에서만 30여개의 국제학술회의가 중국에서 열린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세계적 학자들을 초빙하여 곳곳에서 여름학교 집중강연과 세미나를 열고 차세대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금융수학, 생명수학, 계산수학 등의 활발한 연구가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연결됨은 물론, 융합과학기술 시대에 맞게 기초과학으로서의 수학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런 활발한 활동은 대학의 우수학생 유치와도 직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아시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지만, 우수 청소년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최근의 우리 현실에서 중국의 인재양성 전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