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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5 18:52 수정 : 2005.09.15 23:14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영결식 도중 하늘에 햇무리가 생겨 사부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법장스님 육신공양 이어 400여명 장기기증 약속

지난 11일 입적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육신 공양’을 이으려는 보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법구(주검)를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해 종단장 사상 최초로 다비식 없이 거행된 15일 영결식 날까지 사흘 동안 서울 조계사 빈소 앞에선 스님 38명과 재가불자 286명 등 324명이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장기·각막·주검 기증을 서약했다. 특히 법장 스님이 출가한 본사인 충남 예산 수덕사에선 법구 없는 영정이 도착한 뒤 수덕사의 좌장격인 설정 스님과 수경 스님(관련 사진)이 “몸뚱아리와 장기 등 모든 것을 중생에게 돌리겠다”고 나서자 스님 14명과 재가자 4명이 즉석에서 장기·각막·주검 기증에 서약했고, 법장 스님의 상좌 39명도 스승의 뜻을 잇기로 했다.

지금까지 장기 기증운동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중심으로 펼쳐졌고, 우리나라 종교 인구의 절반이 넘는 1200만 불자를 이끄는 불교계의 참여는 낮은 수준이었다. 불자들의 존경을 받는 큰스님들이 다비를 통해 사리를 탑에 봉안하는 장례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장 스님의 입적 뒤 이런 전통적인 장례 방식을 포기하고 그의 유언이 실현되자 “어떤 것이 과연 대승 보살 정신인지”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인 수덕사의 스님들이 사후 다비장이나 사리탑이 아니라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한 육신 공양의 길을 가기로 선언함에 따라 전통적인 장례 방식을 고집해온 불교계에 상당한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미산 스님(승가대 교수)은 “이번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며 “기존의 호화로운 장례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더욱 수행자답게 홀가분하고 자비롭게 생을 마치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오전 10시 조계사에 영결식엔 3천여 승려와 신도 3만여명이 경내를 메웠고,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황우석 박사와 중국, 일본, 대만, 티베트 불교 대표 등이 함께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던 중 청명한 하늘 한가운데 오색 햇무리가 떠오르자 식장에선 환성이 터졌다. 또 법장 스님의 위패와 영정 등이 수덕사로 떠나기 위해 만장을 앞세우고 산문을 나가는 것을 환송하는 불자들이 “스님, 스님!”하고 불러 눈물바다를 이룰 때 다시 하늘에 오색 햇무리가 떠 오르자 스님들과 불자들은 하늘을 가리키며 “스님이 생명의 빛으로 오셨다!”고 외쳤다.

국악가 최수정씨와 합창단이 부른 ‘빛으로 오소서’란 노래를 뒤로 한 채 영정이 떠난 영결식장엔 ‘가르침대로 이타행을 실천하겠습니다’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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