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2 16:36
수정 : 2005.09.23 14:23
동아시아는 지금
“미국은 또다른 신무기인 네이팜탄을 쏟아부어 (북한을) 불바다로 만들었으며… 거대한 댐들을 파괴했다. …바로 이 때문에 200만 명 이상이라는 엄청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1950년) 12월9일 맥아더는 사령관이 핵무기 사용의 재량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24일 그는 26기의 원자폭탄을 필요로 하는 ‘저지목표물 목록’을 제출했다. 그는 또한 ‘침략군들’에게 떨어뜨릴 4기, 적 공군력에 대한 결정적인 집중공격을 위해 4기를 추가로 원했다. 사후에 출간된 인터뷰(1954년)에서 맥아더는 열흘이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계획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만주의 좁은 통로를 따라… 30-50기의 원자폭탄을 줄줄이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50만에 달하는 중국국민당 군대를 압록강에 투입하고, 그러고는 ‘우리의 전방에다 동해에서 서해에 이르기까지 60년 내지 120년간의 활동성을 지닌… 방사성 코발트를 뿌렸을 것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이 맥아더라는 인물과 그의 동상을 둘러싼 최근 논란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령 맥아더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까지 군림했던 필리핀은 지금 미국 덕에 잘 사는가. 중국과 통일 베트남은 미국 욕심대로 되지 않아서 불행한가.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장제스의 국민당이 중국을 석권하고 디엠이나 티우 정권이 사이공 정부를 유지했다면 그들 나라가 더 행복해졌을까. 수백만명이 죽고 국토가 고엽제로 덮여 숱한 기형아를 낳는 비극을 감수한 베트남 민족의 저항은 프랑스와 미국의 은혜를 거부한 어리석은 짓이었던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덕에 오늘의 ‘성공한, 행복한 한국’이 가능했다는 주장처럼, 이라크 침공도 ‘제2의 한국기적’을 만들어주기 위한 미국의 자기희생적 결단인가. 미국이 필리핀을 먹고 일본이 조선을 먹는 일을 상호보장하는 따위의 정략적 뒷거래와 이기적인 자원 및 소비시장 확대를 꾀하는 제국주의 행태는 그저 마르크스·레닌 시대의 낡은 신화인가. 미국 덕에 행복해졌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그들 가족인가, 일족인가, 동창인가, 지역인가, 계급인가, 국가인가. 국토와 자원과 사람이 동강난 ‘장애국가’로 주변나라들의 업신여김속에 자기 내부와 다른 반쪽의 적어도 수천만이 비참하고 뒤틀린 삶을 영위하든 말든 밥 굶지 않게 된 ‘우리’는 행복하고 또 성공한 것인가. 그 ‘행복’이 세세년년 유지될까.
미국이 한반도를 동강내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이 일어났을까. 전쟁이 없는데도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을까. 동강내기 전에 한반도 주민들과 사전협의라도 했다면 누가 동의해줬을까.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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