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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2 17:00 수정 : 2006.02.22 19:47

리버 타운-양쯔 강에서 보낸 2년
피터 헤슬러 지음. 강수정 옮김.

아깝다 이책

6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20권을 채운 게으른 출판사인지라 ‘요즘의’ 출판계라든가 ‘앞으로의’ 것은 알지도, 할 줄도 모른다. 아직도 ‘햇’ 또는 ‘풋’ 머시기인 셈이다. 그저 조금 아는 것은 더 확인하고, 관심을 좇아가며 공부하는 심정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눌와의 책이다. 그래도 몇몇 책은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어주었으며, 판매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서점에 나가거나 편집자들을 만나면 눌와를 기억하고 먼저 손 내밀며 반겨주는 이들이 있어 힘을 얻고 있다.

<리버 타운>은 처음 원서를 보았을 때부터 작품성과 흥행성을 다 갖춘 영화처럼 내심 기대가 된 책이다. 당시 나는 중국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책꽂이에는 ‘중국’이 넘쳐났지만 공·맹으로 시작되는 고전도 아니고, 근대의 혁명가도 아니고, 시안이나 실크로드 등 중국의 유구한 역사나 문화도 아닌, 그렇다고 베이징과 상하이로 대변되는 경제나 처세도 아닌 진짜 중국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그런 내용에 목이 말랐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이나 부산이 아니라 영월이나 장수 같은 곳! <리버 타운>은 그런 책이었다. 1996년 당시 스물일곱인 피터 헤슬러(지은이)와 그의 동료인 아담 마이어(22세)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이 되어 쓰촨 성 푸링(양쯔강 중류에 자리 잡은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의 사범대학에서 영어 교사로 지낸 2년 동안 보고 느낀 것을 눈에 잡힐 듯 정교하게 그려낸 회고록이자 여행기이다.

지은이는 ‘중국을 직접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한 작은 마을에서 보낸 짧은 순간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의 눈과 기록을 통해 개혁과 개방이라는 기치 아래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 중국의 보편적인 소도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이 삼십도 안 된 젊은이가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눈 밝고 속 깊으며, 때론 신랄하고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유려한 문체(옮긴이(강수정)에게 다시 한번 감사)가 흥미로웠고, 모든 걸 힘으로만 해결하려드는 미국에도 이런 멋진 친구가 있다는 것을 질시하면서 읽어나갔다.

2003년 8월 초 책이 나왔다. 옮긴이도 편집자도 간만에 즐겁게 일했다고, 디자인을 했던 선배도 내용을 보느라 마감시간을 어겼다고 했다. 신간소개 기사도 제법 너른 지면을 차지하며 여러 신문에 실렸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오늘의 책이니 이달의 책이니 하며 크게 다뤄졌다. 어느 북로거는 “나는 올해의 책으로 <리버 타운>으로 이미 정했다”는 엄청난 찬사도 해주었고, 영업자들 모임에서도 책에 관심 간다는 말이 나왔다. 그뿐인가. 키리야마 환태평양 논픽션 부문(2001년)에서 도서상도 받은 책이다. 한 해외서평을 보면, ‘중국에 대한 책을 단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도 했다. 혼자 제멋에 도취해서가 아니라, 국내외 출판계의 도사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흥행뿐. 나는 마냥 즐거웠다. 그런데 <리버 타운>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샨샤 댐에 갇힌 강물마냥 그렇게 잠겼다.

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까? 지금도 속 시원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 아무리 좋아도 사진 한점 없이 500쪽이 다 되는 책 2,500매의 원고를 이 바쁜 세상에 누가 읽겠어!? 그런데 얼마 전 에이전시에서 자료가 왔다. 현재 베이징에 살며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고하고 있는 피터 헤슬러가 2006년에 출간 예정인 중국에 관한 책 관련 자료이다. 우리글로 옮기면 500쪽은 가뿐하겠다. 그것도 아주 빡빡하게. 그것이 요즘 나의 고민이다. 김효형/눌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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