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2 17:24
수정 : 2005.09.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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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존 맥스웰 해밀턴 지음. 승영조 옮김. 열린책들 펴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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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열린책들)는,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보면, ‘책의 역사에서부터 책과 관련된 모든 일화들의 백과사전’으로 ‘출판에 대한 진실을 아주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 ‘해박한 지식과 톡톡 튀는 문체’의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내용을 조금 들여다 보자.
유수한 어느 신문의 서평은 무작위로 뽑은 43개 가운데 4개만 부정적일 정도로 대부분 긍정적이다. 긍정적인 서평은 ‘끝에서 두번째 단락의 오류’를 지적하는 정도다. 예컨대 “저자가 구사하는 과장어법은 허풍에 근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자가 성취한 그것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평론가의 3분의 1 이상은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평하면서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출연한 저자는 ‘이게 무엇에 대한 책인지 말해달라’고 강요당하기 일쑤다.
어느 책을 평할지 새 책을 다 읽어볼 수는 없다. 유수한 어느 신문이 선호하는 책은 양장본, 공저가 아닌 책, 기왕이면 큰 출판사에서 나온 것 등이다. 물론 슈퍼마켓에서 파는 로맨스 소설은 다루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순위도 모든 책을 조사하는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일 법한 책을 지목해 그것만 판매량을 추적하도록 서점에 귀띔해 준다. 그 신문과 한 대형서점은 웹사이트가 연결돼 있다. 서평이나 베스트셀러를 누군가 클릭하면 해당 책 한권이 그 서점으로 우송된다. 그리고 그 신문을 비롯한 각종 신문들은 갈등을 피하려 자기검열하듯 온건하게 서평을 쓰는 추세다.
그렇다고 하니, 출판사나 저자들이여! 신문의 호평을 받았거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기뻐하지 마시라. 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지도 마시라. 단, 미국얘기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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