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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힘
비버리 실버 지음. 백승욱·안정옥·윤상우 옮김. 그린비 펴냄. 1만5900원 |
세계체제 분석 권위자의 20년 연구 성과물 100년간 전세계 9만건 노동요소 해부해 보니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간다 19세기 섬유·20세기 자동차·21세기 서비스 자본과 노동 함께 이동하며 투쟁 반복하니 만국의 서비스노동자여, 단결할지어다
노동이 모습을 감춘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그리고 노동의 목소리가 실종된 세계화시대에 노동운동은 전례없이 약화의 길을 걷고 있는가? 그래서 노동운동은 ‘최종적’ 위기를 맞았는가? 또 21세기에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점은 다르되 그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관점은 비슷하게 우세한 가운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비버리 실버 교수(48·사회학)는 그의 책 <노동의 힘>에서 노동운동은 지금 구조적 약화의 길에 서 있지 않고 단지 ‘재정립’의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답하며 노동운동의 진화 패턴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20년 연구의 성과물로서 ‘1870년 이후의 노동자운동과 세계화’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먼저 그 연구 방법이 독특하다. 책의 주장은 지은이의 학문적 신념이나 이론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주요 노동운동 사건들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생겨난 것이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그래서 그의 논증은 주장이나 통찰이기에 앞서 100년 노동운동사 사건들에 대한 관찰인 셈이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세계-역사적 전망”을 구하기 위해 그는 무려 10년 동안 두 일간신문인 영국 <더 타임스>와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100년(1870~1996) 동안 보도된 지구촌의 주요 노동소요 9만1947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전지구적 노동운동의 패턴, 그리고 그에 대한 자본의 대응 패턴을 살폈다. 자료를 분석하고 책을 쓰는 데 또다시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은이의 의도는 반복과 진화를 동시에 간직한 역사상 노동운동의 동학(동역학)을 찾겠다는 것인데, 100년 노동운동의 패턴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그 현재와 미래의 운명도 바라볼 수 있다는 믿음이 진하게 깔려 있다. 노동운동 100년간 반복된 패턴있다 이 책의 기본 뼈대는 노동의 현재와 미래와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다섯가지 물음에 대해 통계적 패턴으로 답하는 것이다. 그가 요약하는 주요 물음들은 이렇다. 첫째, 저임금을 찾아 장소를 옮아다니는 자본의 지리적 재배치는 노동계급을 ‘바닥을 향한 경주’로 내몰아 결국 노동운동을 회복 불능으로 약화시키고 있는가. 둘째, 세계화에 따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남-북 분할 체계는 종언을 고할 것인가. 셋째, 노동자의 교섭력은 약화되고 있는가. 넷째, 세계정치, 특히 전쟁은 노동자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가. 다섯째, 자본이 세계화하면서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의 가능성은 넓어지고 있는가. 세계화가 세계 노동자와 자본의 존재양식을 바꿔놓는 시대에, 노동운동의 운명은 노동과 자본 진영 모두에 지대한 관심을 끄는 쟁점들이다.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오반니 아리기를 잇는 대표적 세계체제 분석가로 꼽히는 실버 교수가 광범위한 통계자료 더미들 속에서 추려낸 답을 요약하고 단순화하면 이렇다.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간다.” 이 한마디는 지난 100년 동안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그는 답한다. 즉, 노동운동은 장소와 산업을 바꾸면서 재정립하는 단계에 있을 뿐이며 한 나라에서, 더욱이 세계 차원에서 바라보면 노동자운동은 최종적 위기를 맞고 있지 않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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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적 노동운동은 세계화 시대에 ‘최종적 위기’를 맞고 있는가? 월러스타인을 잇는 세계체제 분석가로 꼽히는 비버리 실버 교수는 그의 책 <노동의 힘>에서 전지구적 노동운동은 지난 1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현재 재정립 과정에 놓여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1932년 미국 포드자동차회사의 의뢰에 따라 디트로이트예술대학의 갤러리 내부에 그려진 벽화 일부의 모습. 대량생산 체제 속에서 자동차 외관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 그린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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