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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ynh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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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만난 사회
미국이 세계 1위의 과학기술강국이라는 데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이런 배경이 된 데에는 대학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진 산학협력이 크게 작용했다. 기업들이 연구비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대학에서 연구 인력과 기초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다. 기업이 학교 안에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언제나 대학과 기업연구소 관계자들이 쉽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토론과 논쟁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화야말로 창조의 길로 가는 첩경이다. 과학은 자연과의 대화다. 그러나 이 대화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20세기 초에 누가 불안정한 입자나 팽창하는 우주 또는 자생적 조직화와 무산구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조작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이런 대화가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지식이란 자연이 우리와 우리의 수단에 영향을 줄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알고자 하는 사람과 알려진 것 사이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그런 상호작용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전제이므로 과학은 대화를 통한 산물이다. 나아가서 현대과학의 성과는 전문인들 사이의 토론과 대화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는 왓슨과 크릭이 발표한 그 유명한 디엔에이(DNA) 이중나선 구조가 1953년에 엑스선 분광학의 권위자인 크릭과 유전학을 공부한 왓슨의 끊임없는 아이디어 논쟁으로 21세기의 생명공학의 주춧돌이 된 것을 볼 때 자명한 사실이다. 크릭은 불합리한 논리나 잘못된 결론에 대해 비수를 꽂듯이 논평하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왓슨은 디엔에이의 유전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심오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창조를 이루었다. 왓슨은 디엔에이 구조를 밝히기 전까지 끊임없이 서성거리며 혼잣말로 “둘이어야 하는데… 둘이어야 하는데…”하며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래서 하숙집 주인은 왓슨이 지금 이성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고 한다. 그러나 왓슨의 머릿속에는 디엔에이 구조가 두개의 디엔에이 가닥이 서로 마주보며 꼬여 있는 2중나선임을 직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적 확신은 대화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우리에게도 크릭과 왓슨과 같은 과학자가 있는가? 진지한 토론문화를 형성하고 있는가? 자유로운 논쟁의 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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