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16:39
수정 : 2005.10.01 00:15
동아시아는 지금
지난 26일 <아사히신문>이 폭로한 일본 육상자위대의 ‘극비’급 문서 ‘방위경비계획’에서 중국과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상정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일-중관계의 악화나 센카쿠열도 주변의 자원문제가 심각해져, 중국군이 열도 주변의 권익 확보를 위해 열도 등에 상륙·침공한다. 2. 대만의 독립선언 등에 따라 중국-대만 분쟁이 일어나, 이에 개입하는 미군을 일본이 지원한다는 이유로 중국군이 주일 미군기지나 자위대 시설을 공격한다.”
당장 ‘상륙·침공’을 우려할 정도의 위급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동중국해에서는 해저 가스전 개발을 둘러싸고 자위대가 상정한 1번 유사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을 나누는 중간선 바로 인근의 중국쪽 수역에서 가스전 ‘천외천’을 최근 개발해 조업을 시작했다. 굴착시설 파이프에서 오렌지색 불꽃이 피어오르고, 이 모습을 담은 생생한 사진을 일본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가스전 주변에는 중국 군함이 돌아다니고 있고 그 상공에는 일본 자위대의 P3C 대잠 초계기가 정찰비행을 계속하는 자못 삼엄한 분위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공방으로 상징되는 양국간의 경제외적 갈등이라는 화약이 이미 바닥에 좌악 깔려 있다. 게다가 ‘천외천’ 외에도 가스광맥이 일본쪽 수역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쪽 ‘춘효’ ‘단교’ 등의 가스전 개발도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은 ‘천외천’ 조업 중지를 중국에 요청했고, 이달 말께부터 양국이 이 문제 협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일단 숨쉴 구멍은 뚫어놓은 상태여서 긴장이 일거에 가속화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 경계를 일본 오키나와에 가까운 ‘자국 대륙붕 연장의 끝’까지로 설정하고 거기서부터 일본이 주장하는 중간선까지의 광활한 해역을 공동개발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자국이 설정한 중간선 양쪽의 일정한 해역을 공동개발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춘효’와 ‘단교’ 조업까지 일방적으로 개시하면 상황이 졸지에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도 중간선 인근 일본쪽 수역 시굴권을 데이코쿠(제국)석유에 주고 여차하면 시굴을 시도하겠다는 자세다. 그렇게 되면 해상보안청과 자위대 함정과 비행기들이 호위에 나서고, 그러면 중국 해·공군도 그냥 있을 리 없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동지인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는 25일 총리가 “연내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실행할 것”이라면서 A급 전범 분사도, 별도의 국립추도시설 건설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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