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17:47
수정 : 2005.09.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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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온한가
김규항 지음. 돌베개 펴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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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자칭 ‘B급 좌파’ 김규항이 “내 활동의 작은 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내놓은 <나는 왜 불온한가>(돌베개 펴냄)에는 ‘진보의 거처를 묻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가 불온한 것은 “민주화의 성과가 자본의 차지로 돌아가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갈수록 희망의 빛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상당부분 비롯된다. 그는 그런 현실을 만들어내는 우리사회의 근본 문제는 예컨대 “수구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것, 세상은 민족이나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계급으로 나뉜다는 것,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면 우리는 곧 공멸한다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자신의 생활현장과 밀착된 소재들을 통해 거듭 변주되는 신자유주의, 계급, 어린이 교육, 소수자에 관한 사색은 전복적인 ‘예수와 한국기독교’ 읽기와 함께 3백 쪽을 넘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화두들이다. 이른바 ‘제도적 민주화’ 이후 등장해 민주화의 공을 독차지한, ‘진보의 명찰을 붙이고 있는 개혁적 우파’ 정권들과 ‘386세대’ 정치꾼들에 대한 그의 냉소와 질타는 자못 신랄하다.
결국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그의 생각은 여전히 굳건하다. 자본주의 이후체제가 인간에게 저절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만 “훌륭한 사회체제가 보다 많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건 분명하다”고 본다. 그걸 추구하는 게 진보다. 그가 떨쳐버리기 어려운 자의식으로 번민하면서도 ‘글쓰기와 지식인 노릇’을 계속하는 것도 그나마 “훌륭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싸우는 활동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주기 위해”서다.
2001-05년 기간에 <한겨레> <노동자의 힘> 등에 기고한 글을 연도별로 엮었으며 2004-05년에 쓴 일기들도 따로 묶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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