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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 아파트까지 배달해 드려요.” 주부들이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 배달은 부인 최씨 몫이다. 매출의 상당부분이 어린이책과 참고서다. 일부러 찾아오기엔 외진 게 사실. 그래서 단골손님이 많다고 했다. 개업하던 날 와서 떡을 먹은 중학생 다섯 명 가운데 둘은 대학생이 되어 지금도 찾아온다. 처음 15평으로 시작해 딸린 창고 2평을 미술책 공간으로 털어 합쳤고, 이제는 길 건너 2층의 32평 창고를 어린이책 전용으로 개방했다. 아르바이트 직원도 있다. 책이 좋아 단골이었던 분이다. 스트레스? 손님이 찾는 책이 없을 때, 1500원짜리 사면서 깎아달랄 때, 주워오면서 비싸게 판다고 말할 때 제일 많이 받는다. “책방이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은 비수예요. 그말 안 들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해요.” 책을 구하는 루트는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주는 비밀이다. 단, 큰오빠한테는 한달에 세번 정도 찾아간다고 공개했다. ‘인터넷으로 팔아보라’라는 권유를 종종 듣지만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찾아온 손님이 건져가는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는 게 최씨의 말이다. “찾던 책을 발견한 기분은 손님의 표정으로 단박에 전해져요. 전율 같달까요. 그러고 나면 뿌듯하고 한동안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요.” 부부가 같이 장사하지 말라는데, 이제는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아내쪽이 책 욕심이 많고 남편은 확실한 것만 가져온다. 고서는 인터넷으로 옮아갔다는 게 이들 부부의 판단이다. 반년에 한번쯤 걸리는 고서에는 미련을 버렸다. 일년 전부터 어린이책 전집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문 닫는 수밖에 없어요.”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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