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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
스티븐 컨 지음.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3만원 |
19세기 프·영 문학 미술 곱씹기 갈망에 찬 시선의 남자 눈길 돌리는 여자 회화 ‘청혼하는 구도’에 착안 당대 남녀관계와 시대를 읽는다 사랑과 결혼 둘러싼 차별과 불이익이 여성을 남성보다 사려깊게 해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라는 제목은 아르놀트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떠오르게 한다. 더구나 원저의 제목은 ‘사랑의 시선’(Eyes of Love)이 아닌가. 그러나 지은이 스티븐 컨이 지난해 나와 좋은 반응을 얻은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를 쓴 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영 어뚱한 제목만은 아닌 셈이다. 이번 책이 1840년에서 1900년까지의 영국과 프랑스의 문학과 미술을 다루고 있는 만큼 두 책이 포괄하는 대상이 제법 포개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이루는 핵심 모티브는 지은이 스스로 ‘청혼하는 구도’(proposal composition)라 이름붙인 회화의 구도다. 19세기 중후반 프랑스와 영국의 회화에 자주 나타나는 이 구도는 남자가 갈망에 찬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마주 보는 대신 수줍게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그도 아니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 자세를 가리킨다. 특히 이 구도로 그려진 그림들에서는 여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묘사되어 표정이 충분히 드러나는 반면 남자는 대체로 옆얼굴로 그려짐으로써 풍부한 표정을 나타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여자가 우월한 포즈라 할 수 있다. 인상파 강의 준비하던 중 떠올라 프랑스 인상파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던 중에 이 구도에 착안했다는 지은이는 르누아르, 마네, 티소, 드가 등의 그림을 풍부하게 인용해 가며 자신의 논지를 펼친다. 한 장면으로 포착한 회화의 여백은 문학작품들이 채워 준다.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어트, 샤를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토머스 하디 등의 시와 소설들이 동원되어 ‘청혼하는 구도’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해 준다. 옆모습의 남자가 대체로 한쪽 눈만 그려지는 반면 정면을 향한 여자는 두 눈이 모두 그려진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남자의 한쪽 눈이 “일안적(一眼的)인 관점과 단일한 의도의 제한적인 심도”를 나타내는 데 비해 “정면을 바라보는 여성의 두 눈은 이안적(二眼的)인 관점과 더 큰 인식의 심도”를 나타낸다는 것이 지은이의 재치있는 해석이다. 남성이 상대 여성을 향한 갈망이라는 단일한 의도에 갇혀 있는 반면, 여성은 “더 넓고 포괄적인 시각적 관심과 의도, 더 강렬하지는 않을지라도 더 심원한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티소의 그림 <선장의 딸>에서 한쪽 눈만의 옆얼굴에 외알 망원경을 지니고 있는 선원과 두 눈이 다 묘사된 정면 포즈에 쌍안경을 들고 있는 여자의 구도는 상징적이다. 그림 속 남녀의 시선에 관한 이런 해석은 과감하고 도발적이다. 회화와 사진, 영화 같은 시각예술에서 시선의 소유자는 어디까지나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의 지배적 시선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1970년대 이후 특히 여성(주의) 학자들의 견해였기 때문이다. 화가들이 대부분 남자였으며 누드화의 모델이 거의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높여 준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니 “여성은 ‘보이기-위한-존재’였던 적이 없었으며, 남성이 여성을 보는 것에서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여성이 주체성으로 충만해 있어야만 했다”는 지은이의 주장은 참신한 만큼 적잖은 논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남녀 시선에 관한 해석 도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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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의 그림 <약혼자들>은 ‘청혼하는 구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옆얼굴의 남자는 여자를 향한 갈망이라는 단일한 의도에 충실한 반면, 정면을 향한 여자의 얼굴은 복잡한 생각을 표현한다. 남자의 단순한 옷과 여자의 화려한 의상도 두 사람의 태도의 차이를 반영한다. 휴머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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