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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19:03 수정 : 2005.09.30 16:57

책 속으로

7월6일 임오. …강을 건너 저쪽 기슭에 올라서 물 건너는 자들을 바라보니, 혹은 사람의 목을 타고 건너고, 혹은 좌우에서 서로 부축하여 건너기도 하며, 더러는 나무로 문짝처럼 엮어서 그 위에 올라타고는 네 사람으로 하여금 어깨로 메게 하여 건너기도 한다. 말에 타고 둥실 떠서 건너는 이는 머리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이가 없는데, 혹은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하고, 혹은 억지로 웃음을 짓기도 한다. 하인들은 모두 안장을 끌러서 어깨에 메고 건너니, 안장이 젖을까 염려해서 그러는 모양이다. 어떤 자는 이미 다 건너와서는 다시 어깨에 무언가 지고는 다시 돌아간다. 괴이하여 물어보니, 대개 빈손으로 물에 들면 몸이 가벼워 떠내려가기 쉬우므로 반드시 무거운 물건으로 어깨를 눌러야 된다고 한다. 몇 번 갔다 왔다 한 자는 벌벌 떨지 않는 이가 없다. 산 속의 물 기운이 몹시 차기 때문이다.

(‘노정기’. 사행길의 어려움과 하인의 고통 등을 세부 묘사하고 심리를 분석)

아침에 광피사표(光被四表) 패루를 지나가는데, 패루 아래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고 거리의 웃음소리가 땅을 흔들었다.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싸우다가 한 사람이 죽어서 길가에 넘어졌다. 나는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걸음을 재촉해 지나갔다. 종자가 뒤에서 급하게 쫓아오며 부르기를 괴이한 구경거리가 있다고 하였다. 내가 멀리 선 채로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종자가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하늘에 가서 복숭아를 훔치려다가 지키는 자에게 맞아서 땅에 떨어졌다고 합니다”하였다. 나는 해괴하다고 꾸짖으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갔다. 그 이튿날 그 곳을 다시 지나가는데, 천하의 기이한 재주와 음란한 장난과 잡스런 연극이 모두 천추절에 맞춰 열하에서 조서를 기다리면서 날마다 패루에 나와서 백가지 연희를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종자가 본 것도 이러한 요술의 한 가지임을 알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이런 술법을 팔아 생계를 꾸미는 자들이 왕법의 밖에 있고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였다. 내가 말하길 “이는 중국이 땅이 크고 넉넉하여, 능히 포용해서 함께 길러내므로 정치에 병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만약 천자가 좀스럽게 이런 것들을 자로 계산하고 깊게 추궁한다면 곧 도리어 깊고 외져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드러나지 않다가, 때때로 나와서 야단을 떨게 될 터이니, 그렇게 되면 천하의 근심이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장난삼아 구경하게 하면 비록 아낙네나 어린 아이라고 하여도 이것을 요술로 알게 하여 족히 마음을 놀래고 눈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군주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환희기서(幻戱記序)’. 열하에서 환희의 공연을 보고 쓴 서문으로, 실은 중국과 조선의 사회 통합과 정치 원리의 차이를 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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