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3 21:40
수정 : 2005.10.0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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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막고굴 61굴에 있는 벽화 우타이산도의 신라승탑 그림(점선 표시된 부분). 3층 사리탑 모양으로 옆에 신라승탑 명문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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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문명 기행 매주 화요일 연재
세계적인 비단길 불교 유적인 중국 간쑤성 둔황의 막고굴 벽화에 신라 고승의 사리탑으로 추정되는, ‘신라승탑’(新羅僧塔)’ 명문이 씌어진 탑 그림이 그려진 사실이 밝혀졌다.
문명사가 정수일(71) 교수는 지난 7~8월 <한겨레> 실크로드 답사팀과 둔황의 막고굴 석굴벽화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61굴의 서벽화인 우타이산도(오대산도)에 ‘신라 승탑’ 명문 그림이 그려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둔황 석굴의 일부 벽화에 깃털관을 쓴 삼국시대 사신들이 그려진 사실은 학계에 보고된 바 있으나 명문으로 당시 신라 관련 유적을 알리는 도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굴을 관리해온 중국 둔황연구원이 정 교수에게 공개한 도상과 자료를 보면, 신라승탑이 그려진 우타이산도는 7~10세기 중국 당나라와 오대 시기 당대 불교 성지인 산시성 우타이산의 전체 풍경과 여러 불교 유적들을 묘사한 벽화다. 세로 3.42m, 가로 13.4m로 둔황 벽화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신라승탑은 이 벽화의 오른쪽 하단의 대성문수진신전 전각 아래에 그려져 있으며, 탑 옆에 검은 바탕의 테두리와 함께 ‘신라승탑’이라는 명문이 희미하게 씌어 있다. 탑 그림을 공개한 리신 연구원은 “20년 전까지 명문 전체 글자가 뚜렷하게 보였으나 최근 많이 희미해져 현재 ‘신라’ 부분만 눈에 띄는 상태”라며 “당시 신라 구법승들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 고승 혜초가 780년 우타이산에 들어가 불경을 번역하다 입적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신라 승탑의 주인공이 혜초일 가능성도 있다”며 “왕성했던 신라와 당나라 사이 불교 교류사의 면모를 알려주는 소중한 연구 사료”라고 말했다.
한편, 정 교수와 한겨레 답사팀은 지난 7~8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 이스탄불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1만여km의 비단길 문명 기행을 마쳤다. 이 답사성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가 연재하는 특별기획 ‘정수일의 실크로드 재발견’이 오는 11일부터 매주 화요일치에 연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재되었던 ‘정수일 교수의 문명교류 기행’의 2부격인 이번 기행은 바닷길, 초원길과 더불어 서역 비단길 3대 간선의 핵심인 오아시스길을 종단하면서 중국~중앙아시아~이란~시리아~터키 등 비단길 통로 곳곳에 남겨진 동서 문명 교류의 유적들과 고선지, 혜초 등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를 함께 더듬어 본다. ‘무함마드 깐수’란 가명으로 알려진 정 교수는 중국 베이징대 동방학부와 이집트 카이로 대학을 나왔으며, 중국 외교관 생활을 하다 북한으로 환국해 평양 외국어대 교수를 지낸 뒤 공작원으로 남파됐다 1997년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고 2000년 풀려났다. 현재 고려대에 재직 중인 그는 저서로 <고대문명교류사> <이븐 바투타 여행기> <씰크로드학> 등 9권의 책을 펴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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