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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18:41 수정 : 2005.10.07 15:15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김태준 이승수 김일환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4500원

잠깐독서

연행은 연경으로 간다는 뜻의 연경행의 줄임말. 지금의 베이징인 연경은 원, 명, 청의 수도. 그러니까 연행길은 조선시대 사대외교의 길이자 조-중 문물 교역로다. 연행이 주목받는 것은 조선 후기 북학파들이 걸었던 길인 까닭이다. 이 길을 통해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자신들의 실사구시 철학을 정립했다.

200여년이 흐른 지금 현대인들이 그 길을 되밟는 것은 북학파의 고뇌를 추체험하고, 거기에서 교훈 얻기 위함일 터. 정년퇴임한 김태준 교수를 축으로 한 팀이 세 번에 걸쳐 현지를 답사한 결과물이 <…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푸른역사 펴냄)이다.

기왕의 연행길 답사기록이 기행문 성격이 강하다면 이 책은 옛책에서 관련된 시문 즉, 느낌과 견문 따위를 모두 모아 연행길의 노정에 맞춰 재배치한 모둠책이다. 기행문으로 알고 접근했다가는 낭패다.

왕복에만 석달이 걸리고, 수백년 동안 발길이 이어진 곳을 9박10일 버스로 주파하면서 연결점인 도시와 마을을 찾아가는 답사로 얻는 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일. 그래서 책은 발품에서 얻은 것보다 문헌에서 얻은 것이 위주다. 답사의 흔적은 옛 시문 중간중간에 끼워져 있을 따름이다. 사진 및 지은이들의 느낌, 노정의 거리 따위가 그것. 그래서 특정한 곳의 방문기나 인터뷰가 도드라져 보인다.

역사와 답사기가 잘 어우러지기는 명-청 교체기의 격전지 우모령과 금주를 다룬 장. 전자는 명쪽으로, 후자는 청쪽으로 조선군을 파견했던 것. 우모령 조선의 군대 1만3000명 가운데 3000~8000명이 죽은 곳이다. 이른바 ‘심하전역’의 땅. 연행길에서 한참 벗어난, 중국인이나 한국인한테서 모두 잊혀진 곳에서 답사자들은 위령제를 지냈음을 표나게 내세운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라는 말을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하는 민족이다’로 바꿔야 한다면서.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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