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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19:00 수정 : 2005.10.07 15:16

<중국과 지구화: 워싱턴 합의인가 아니면 베이징 합의인가>(中國與全球化: 華盛頓共識還是北京共識)
황핑(黃平)·추이즈위안(崔之元) 엮음. 사회과학문헌출판사 펴냄. 2005년 8월

미국식 경제는 실패한 모델 후진국은 중국을 참고하라? 학자들 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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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살아생전 “중국은 마땅히 인류에 비교적 큰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구 많고 가난한 중국이 인류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는 늘 분명하지 않았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덩샤오핑은 “중국 사정을 잘 처리하는 게 인류에 대한 최대의 공헌”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엔 어떤 게 “중국 사정을 잘 처리하는” 건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은 줄곧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중국 사정을 잘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십 몇 억 중국인의 밥 먹는 문제 해결은 인류 역사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해왔다. 13억 중국인의 “밥 먹는 문제 해결”이 “중국 사정을 잘 처리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중국의 인류에 대한 비교적 큰 공헌”이라는 더 구체적인 해석이 나온 셈이다. 이건 정치 현대화 등 다른 문제보다 경제개발을 우선시하는 성장중심주의 논리라고 풀 수 있다.

최근엔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인의 분투”를 후진국 발전모델로 격상시킨 시각도 나왔다. 조슈아 쿠퍼 레이모 칭화대 교수는 2004년 5월11일 런던 외교정책센터에서 발표한 보고를 통해 중국의 발전모델을 ‘베이징 합의’라 부르며 “베이징 합의(Beijing Consensus)가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합의’란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를 말한다. 냉전 붕괴 이후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위기에 처한 국가’ 또는 ‘체제 이행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이식시키자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은 1989년 자신의 글에서 이를 ‘워싱턴 합의’라고 불렀다. 워싱턴 합의는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 규제 축소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 인하와 과세 영역 확대 △정부예산 삭감 △경제 효율화와 소득분배에 대한 정부지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레이모 교수의 관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 ‘워싱턴 합의’를 충실하게 따랐던 국가들은 사회경제적 대가를 톡톡히 치른 반면, 인도와 중국처럼 ‘워싱턴 합의’를 가장 무시해온 두 국가는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이뤄냈다.” 레이모 교수는 중국의 발전전략을 ‘베이징 합의’라고 부르며 그 주요한 내용으로 △국가의 주권과 이익 지키기 △끈기와 노력,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정신, 대담한 도전 정신 △점진적 문제 해결과 역량 축적 등을 들었다. ‘워싱턴 합의’가 후진국에 이른바 ‘세계화’를 강요하는 논리라면, ‘베이징 합의’란 후진국의 주권과 이익을 내세우면서 자기 프로그램에 따라 ‘세계화’를 점진적으로 추구하는 논리라 할 수 있다.


황핑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과 추이즈위안 칭화대학 교수가 함께 엮은 <중국과 지구화>는 두 ‘합의’에 관해 검토한 글모음이다. 이 책은 레이모의 ‘베이징 합의’ 보고 원문과 중문 번역문, 존 윌리엄슨의 ‘워싱턴 합의의 간단한 역사’ 등을 싣고, 두 가지 ‘합의’에 대한 조지프 스티글리츠(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 로드리크 하버드대 교수, 황핑, 추이즈위안, 후안강 칭화대 교수 등의 논의를 모았다. 황핑은 머리글에 해당하는 “‘베이징 합의’인가 아니면 ‘중국 경험’인가”란 글을 통해 “중국이 ‘워싱턴 합의’를 따르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중국이 과연 ‘베이징 합의’라 부를 만한 합의된 발전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포스트-워싱턴 합의에 대한 합의’란 글을 통해 워싱턴 합의가 ‘시장근본주의’의 시각에서 후진국에 공평하지 않은 게임의 규칙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합의’가 후진국에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공평한 민주적 발전의 길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건 틀림없지만, ‘베이징 합의’가 이를 대신할 만한 후진국 발전 모델이라는 데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이 인류에 ‘비교적 큰 공헌’을 하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이상으로, 지속 가능하고 투명하며 민주적이고 인류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의 분투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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