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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이화여대 교수·수학 WISE거점센터소장 hsllee@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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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만난 사회
수학자들이 모여 수학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길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라는 등의 피상적인 것말고 좀더 피부에 와닿는 것으로 금융수학과 보험계리학 이야기가 나왔다. 보험계리사는 보험이나 연금 분야에 확률론, 보험 수학, 통계 등 수리적 방법을 적용해 불확실성과 위기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전문가로서 미국수학회도 수학과 졸업생의 한 진로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보험계리직은 미국에서 4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보험업도 날로 번성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연금보험이 노년 재테크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양자에게 최적의 이익을 줄 수 있는 우수한 보험상품을 만들어내는 유능한 보험계리사의 구실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보험계리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연금기금을 잘 투자해서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연금운영의 목적과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연금 설계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전문가 없이도 가능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변액보험 같은 상품이 대부분 외국회사 것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의 보험시장이 신뢰를 못 얻고 있다거나,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보험업에 대해 외국인들이 놀라는 다른 측면은 질병과 사고 등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인간 일반의 그리고 한국인의 독특한 인지적 판단결정 사고특성을 연구한 전문가가 한국 보험업계에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금융산업의 전문성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더욱이 경계가 없어지는 것으로 특징화되는 시대에서, 보험산업도 선진 외국의 보험회사들과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산학 협조체제는 물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예측하고 사회의 변화까지도 미리 수용할 수 있도록 수리과학, 인지과학, 사회과학 등의 융합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 양성을 위해 문과 이과를 나누는 교육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하고,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이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 및 보험관련 공공기관에서 먼저 융합과학적이고 선진화된 전문가를 활용한 보험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종사자와 전문가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40여년간 경제 도약을 하느라 고생한 우리 국민들은 과학화된, 그리고 참 고객중심의 선진 보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의 보험산업이 새로운 전문화를 통해 탈바꿈할 때 외국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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