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서 '총무원장 인물론' 주제 포럼
"종단의 가장 큰 병폐는 계파 분열과 이로 인한 갈등이다. 차기 총무원장은 교구자치제 실현과 제도개혁 의지를 갖춰야 한다." 법랍 20여 년 안팎의 스님 38명으로 구성된 화합승가포럼은 12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설법전에서 '제32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인물론과 역할'을 주제로 제1 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영원(전 한산사 주지)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인물과 역할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고, 이어 지정토론과 대중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영원 스님은 발제문에서 복잡한 종무행정을 책임지고 풀어갈 행정능력, 사회.복지.문화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칠 마인드 등을 차기 총무원장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제시했다. 영원 스님은 나아가 "계파에 의한 분열과 갈등이 종단의 가장 큰 병폐"라면서 "이는 총무원장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무원장이 갖고 있는 권한 중 인사권을 일부 교구로 이관할 필요가 있으며, 총무원 조직을 현행 총무, 재무, 호법 등 관리부서 중심에서 사회부와 문화부 중심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스님은 나아가 "총무원장은 가람 수호, 불사, 포교, 등 주지 경험과 의식을 갖춰야 하며, 대중들을 잘 섬기고 계율을 잘 지켜 수행자의 근본을 잊지 않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종단 내 소장파 스님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법인 스님은 "총무원장 권한의 일부를 교구로 옮겨야 한다는 영원 스님의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직할사찰에 대한 임명권도 과연 총무원장이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도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혜안 스님은 "종헌종법은 불교의 헌법과 같은데 일부에서 합의추대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총무원장 합의추대위원회에는 전체가 아닌 일부 교구만 참여하고 있어 합의추대는 마치 경상도지사와 강원도지사 등 일부 도지사가 만나 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효범 스님은 "이상으로 생각하는 현명한 지도자는 부처님의 모습에서 찾으면 된다"면서 "부처님이 제자 아난에게 제시한 네 가지 가르침을 현대 실정에 맞게 바꿔본다면 현실의 안목을 지니고, 불교적인 것과 비불교적인 것을 가려내며, 중생과 함께 하는 삶의 모습을 지니는 것 등이 총무원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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