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3 15:47
수정 : 2006.02.06 17:21
동아시아는 지금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인터넷 월드 팩트북의 주요항목별 각국 소개난. 세계인들이 각국 사정을 알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권위있는 창구 가운데 하나요, 따라서 각 국가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이 사이트는 그러나 심히 왜곡돼 있다.
2005년 9월20일에 ‘업데이트’된 한국편을 보자. ‘백그라운드’(약사)를 보면, 첫 문장부터 한국은 지난 1천년간 대부분 중국이 종주권(suzerainty)을 행사하는 독립왕국이었다는 기묘한 지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뒤 한반도 남북한에 각기 다른 정권이 수립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한반도는 북위 38도선에 연해 설치된 비무장지대를 따라 분단된 것으로 묘사돼 있다.
이로써 미국 주류세력은 통일신라 이전의 한반도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일본 식민지지배 시절까지의 한반도 전 역사를 중국의 속국으로 규정하고, 바로 그 뒷 문장에 러-일전쟁 뒤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고 ‘병합’한 사실을 늘어놓음으로써 한국사는 독자성이 결여된 변방속국의 역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최근사에 대한 자의적 시선을 근거없이 과거 수천년 역사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무지와 만용을 과시하는 것이다. 또 일본 패전 뒤 먼저 이질적인 남북 정권이 각기 수립돼 전쟁을 치른 뒤에야 분단이 된 걸로 기술한 부분도, 실은 미국이 먼저 38도선을 마음대로 분단선으로 설정한 뒤 러시아와 함께 남북한을 각기 점령통치했고 남북한 정권은 그 분단의 토대 위에 나중에야 수립됐으며, 그로 인해 전쟁까지 치른 뒤 분단이 고착됐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미국은 여기서도 자신이 져야 할 한반도 분단과 비극의 결정적인 책임을 교묘하게 얼버무리고 있다.
미국 시각이 얼마나 편견과 무지로 뒤틀려 있는지는 한·중·일 3국 ‘독립’항목 기술을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중국난에는 기원전(BC) 221년 진 시황제의 중국 통일, 1912년 1월 쑨원의 중화민국수립 선포,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사실이, 일본난에는 기원전 660년 ‘진무천황’의 건국이 명기돼 있다. 한국난엔 1945년 8월15일 일본에서 떨어져나온 사실만 씌어져 있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으며, 한반도는 중국 지배 아래서 1천년간 지내오다 일본의 지배를 받고난 뒤 비로소 독립한 신생국가일 뿐이다. ‘일본이라는 안경을 통한 동아시아 바라보기’라는 서방의 오랜 악습은 여전히 펄펄 살아 있다.
경제항목에서 CIA는 2004년에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규모 1조달러대의 경제대국들 그룹에 합류하게 됐다면서(9251억달러) 1인당 GDP를 1만9200달러(구매력지수 기준)로 산정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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