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3 16:23
수정 : 2006.02.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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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이재호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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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기행 전문가 이재호.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초대 총무로 유홍준 대표(현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전국을 누비다가 10여년 전 “왕릉과 소나무 밭에 반하여 30대에 내 인생을 경주의 문화유산에 걸고 정착하고자” 낙향했다. “감히 신라의 흔적을 감동스럽게 건져올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그 감동을 전해주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은 그 다짐이 낳은 또 하나의 결실이다. 드물게 함박눈을 맞은 선덕여왕릉과 진덕여왕릉을 찾아가며 시작되는 글은 마치 소설인양 때로 ‘육감적’이라고나 해야 할 풍부한 묘사로 가득차 있다. 자신만만함이 느껴지는, 활달하고 분방하며 때론 매우 섬세한 글의 전개는 흥덕왕릉에 이르러 그 비결의 일부를 드러낸다. “흔히들 좋은 애인, 좋은 사람 찾는 데만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리석은 짓이다. 좋은 사람 구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데 데리고 가도 아름다움을 발견할만한 안목이 없으면 아무런 느낌이 없고 감흥도 없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흥덕왕릉이 그가 보기엔 신라왕릉중엔 최고다. 그런 진단은 10여년 현지생활에 일렁이는 한줄기 봄바람으로도 바뀌는 분위기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경지에 든 그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부록으로 달린 경주지역 음식타령도 그 연장이다. 그래선지 그의 시선은 ‘스타’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대상들에 자주 머문다. 그래도 그가 보는 불국사, 석굴암 등 ‘스타’들은 또 얼마나 다를지.
그러면서 그는 “신라의 후손인 대한민국민들이 관광이란 명목으로, 발전과 번영이란 명목으로, 파고, 짓고, 뭉게고, 온 국토를 신음케 하면서 신라를 박살내고 있다”고 분노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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