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3 17:01
수정 : 2006.02.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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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김욱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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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이전의 위헌결정 파문을 거치면서 헌법재판소는 ‘불쑥’ 국민의 최고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결코 불쑥이 아니라는 게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개마고원 펴냄)의 취지다.
헌재는 굵직한 국가적 사안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숙이 간여해 왔는데 무심했을 따름이다. 동성동본의 결혼, 결혼피로연의 음식접대 등 사소한 듯 보이는 중대한 판결이 줄곧 있어왔다. 지은이는 18건의 헌재 판결을 대상으로 사건이 청구된 배경과 당시의 사회적 상황, 판결 결과가 미친 영향과 그 의의를 풀어간다.
예컨대 과외 전면금지에 대한 위헌판결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그 목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일반원칙을 무시하는 식으로 강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헌재의 결정이 항상 옳거나 만능은 아니다. 전두환 내란행위와 관련된 결정이 예다. 1995년 1월 12·12반란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각하기각결정을 내린 헌재가 같은 해 11월 5·18 관련 헌소에서는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문을 확정지었다. 재판관들이 한사람도 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을 바꾼 새로운 힘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헌재의 힘은 권력자나 헌법재판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민중들이 만들어 간다는 증거다.
지은이는 헌재의 역할이 증대하는 것은 정치의 약화, 나아가 정치의 붕괴가 가져온 결과라며 헌재의 권력 과잉을 걱정할 게 아니라 정치의 안정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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