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3 18:05
수정 : 2006.02.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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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원 평론집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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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이명원(35)씨에게 최근 겹경사가 생겼다.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의 올 하계 졸업식에서 <최일수 비평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데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부의 학부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국문학계 및 비평계의 ‘이단아’ 또는 ‘야인’으로 불리던 그가 새로 낸 평론집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새움)은 그로서는 고독한 떠돌이의 시절을 마감하고 마침내 제도권 내에 정착한 것을 자축하는 의미를 지닐 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의 기조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임화와 근대문학, 나와 탈근대 이행기의 문학>이라는 글의 결말부에서 지은이는 한국문학의 현재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한 사람의 비평가인 나는 심각한 위기의식에 빠져 있다”고 그는 쓰는데, 그것은 “문학이라는 심미적 내용물과 실천을 포함한 현실 영역에서의 ‘문학의 존재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인 회의국면에 처해 있다는 위기의식”과 짝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문학이 노출하고 있는 근본적 위기의식은 “현실과의 의미연관을 완벽하게 상실한(…) ‘언어적 페티시즘’” “문인 자신들의 지적 나태와 자폐적 개인주의의 합리화와 무책임한 비평적 선동” “세계의 전반적 향상에 대한 통합적인 문제의식이 존재하지 않(음)” 등으로 상술된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왜 하필 문학인가?” 하는 질문을, 동료 문인들과 다시 나누기를 희망한다.
그와 관련하여 <세계의 전반적 향상은 가능하다>는 제목으로 시인 겸 평론가 김정란씨를 다룬다거나, 소설가 공선옥씨에 관한 글에서 “그 많고도 많은 문학상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이 작가에게 주어지지 않은 사실에서, 공선옥 소설에 대한 주류 비평가들의 비평적 냉대의 한 지표를 읽”는 데에서 바깥 현실과 문학의 관계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성의 자족적 에로티시즘을 다룬 김선우씨의 시 <얼레지> 중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에 대한 주목이, 김수영 시 <풀>을 “여성의 자위행위의 와중에 생성되는 희열의 국면을 형상화한 시”로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대목도 흥미롭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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