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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3 18:49 수정 : 2006.02.06 17:26

① 새 : 새로운
새롭다고 다 새것은 아니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알맞은 말을 고르면?

회원 여러분께 (새 |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홈페이지에 (새 |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고 (새 | 새로운) 소식 난을 신설했습니다.

(* 답은 아래에)

[풀이]

오늘 이야기는 영어 사전에 대한 불평부터 시작해야겠다. 영어사전들 탓에 한국어에서 ‘새’와 ‘새로운’의 관계가 심각하게 비틀어진 듯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new’를 ‘새’로 풀어놓은 사전은 한 권도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첫 뜻풀이를 ‘새로운’으로 적어놓고는, 용례로 제시한 ‘new friend’ 옆에 ‘새 친구’라고 풀어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이 땅의 갑남을녀들이 초급영어 학습 시절에 익힌 “new=새로운”이라는 등식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번역문은 물론 창작한 글에서조차 ‘새’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을 앉혀 버릇하게 만들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하는 노랫말이 있다. ‘새 신’을 ‘새로운 신’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새 옷’을 ‘새로운 옷’으로, ‘새해’를 ‘새로운 해’로 바꾸어서 읽어보라.

새 학기에 처음 만나게 되는 담임은 ‘새 담임’이지 ‘새로운 담임’이 아니다. 막 취임한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라고 하지 ‘새로운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는다. 담임이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새로운 담임’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구태를 벗고 신선한 정치를 구현한다면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이다.

‘새’는 이전까지 없었던 것이 처음으로 생겨났을 때 쓰는 표현이다. 집안에 새로 들어온 ‘새색시’가 그렇고, 처음으로 사귄 ‘새 친구’가 그렇고, 갓 지은 ‘새 밥’이 그렇다. 이에 견주어 ‘새로운’은 이미 있던 것에 변화가 생겼을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기존의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관점’이 되고, 이전의 느낌과 달라지면 ‘새로운 느낌’이 되는 것이다. 모임의 ‘새 얼굴’은 신입회원이고, ‘새로운 얼굴’은 기존 회원의 화장한(또는 성형수술한) 얼굴이다.

어떤 변화가 국지적·지엽적이 아니라 근본적·혁명적인 것이라면 ‘새로운’보다 ‘새’를 쓰는 것이 더 어울린다. ‘새 사람’이라는 표현은 환골탈태나 거듭남에 버금가는 변화를 전제로 한다.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했던 ‘새마을운동’은 마을을 대충 보기좋게 손질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뒤엎고 새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새’가 명사 앞에 오는 관형어로만 쓰이는 데 반해, ‘새로운’은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새롭다”에서처럼 서술어로 쓰일 때가 더 자연스럽다. 앞서 보았듯이 ‘새로운’으로 쓰이는 경우는 주로 ‘시각’ ‘도전’ 같은 추상명사 앞에서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계절은 ‘새로운 가을’이 아니라 ‘새가을’이다.

[요약]

새: 없던 것이 처음 생겨났을 때, 혹은 이미 있던 것의 본질에 변화가 생겼을 때

새로운: 이미 있던 것이 더 나아지거나 부분에 변화가 생겼을 때

김철호/ 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새로운, 새,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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