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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3 18:58 수정 : 2006.02.06 17:26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과학이 만난 사회

우리 모두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각자 나름대로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삶을 영위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자들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윤리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책임감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과학기술이 항상 인류의 행복과 복지의 증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경우에 따라 인류에 매우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좀더 높은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지니고 연구개발 활동에 임하기를 사람들은 바라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과학기술과 윤리 사이의 접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으로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생명까지도 과학기술자들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난치병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장밋빛 약속과 함께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급물결을 타고 진전되고 있는 배아복제 실험들과 인간배아 연구들은, 그러나 배아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윤리적인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생명공학 연구가 내포하는 바로 이러한 윤리적 민감성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과학기술과 윤리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윤리적 관점에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해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올 1월1일부터 ‘생명윤리법’이 발효됨으로써 미흡하나마 생명공학 연구가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생명공학 연구와 윤리의 조화를 꾀하고자 하는 이 최소한의 장치조차도 쉽사리 무시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최근 몇몇 저명한 과학자들이 법 규정을 무시하고 인간 배아 연구를 해왔음을 밝힌 민주노동당에 대해 지적받은 당사자들이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윤리로 과학의 발목을 잡지 말라’였다.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규제 책임을 맡은 정부부처조차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만약 이것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윤리적 고려 따위는 무시되어도 좋다는 이야기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연구절차의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과학은 그 결과가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고 해도 결코 ‘좋은’ 과학은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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