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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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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감 나는 감을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에 감나무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목걸이를 하고 다니다가 약간 단맛이 나게 시들면 하나씩 빼어 먹던 감꽃이 그렇게 좋고 , 소금물 속에 담궈 토끼 처럼 야금 야금 베어 먹던 떫은 감도 좋고, 우리집에는 없고 옆집에만 있던 단감이 그렇게 부러웠고 가을이 되면 주렁주렁 매달리던 곶감들도 보기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알랑 홍시를 긴 장대로 조심조심 따내려 먹던 일이다. 아슬아슬하게 내려서 양쪽으로 가를라치면 살풋 서리가 비치는 듯 터지는 아아! 너무도 잘 익은 홍시의 속살! 호로록 살큰 씹혀 넘어가는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하랴! 시중에 홍시를 사먹어 보지만 그런 맛 까지 날 수는 없는 일. 그런 중에 후배 하나가 내게 약간 신세를 졌다면서 자기집 감나무에서 익은 홍시를 선물로 가져왔다. 그런데, 아! 이건 뭐야! 바로 그런 기분이 나지 않은가! 나는 또 바로 먹기 아까와 그림을 그리고 혼자 먹기 아까와 친구 만화가 이희재씨의 작업실로 이 감을 끌어 안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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