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0 16:50
수정 : 2005.10.21 18:07
|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
권영필 외 지음. 돌베개 펴냄. 2만원
|
잠깐독서
한국의 미, 예술을 얘기할 때 비켜갈 수 없는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유종열). 한국미론 태동기에서부터 1970·80년대의 한국적 모더니즘, 민중미술 계열 미술인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그의 한국미론은 흔히 ‘비애의 미’로 대표된다. 그러나 40여 년에 걸친 그의 한국예술 편력에서 ‘비애의 미’를 거론한 것은 초기 2년여의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그의 예술론의 중심은 ‘민예미’론이었고 그런 전환에는 한국예술과의 조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한 야나기론에 뒤이어 석굴암, 광화문, 청화백자진사연꽃무늬항아리, 기자에몬 오이도 등 야나기가 주목한 구체적인 대상들이 그의 감상변 및 사진과 함께 배치된다. 독자들이 구체적인 예술작품을 들여다 보고 야나기와 교감하면서 미적 특질을 읽어내는 감수성을 키우도록 하는 일종의 실습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숱한 논란을 부른 야나기의 한국미 감상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돌베개 펴냄)는 이런 방식으로 10명의 국내 전문가들이 지난 1세기간 한국미에 특별한 감식안과 이론을 지니고 활동해온 나라 안팎의 대표적인 한국미론자 12명을 다룬다. 그들의 미의식과 논의를 통해 한국미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미론이 어떤 철학적·역사적 배경과 토대를 갖고 있고 성과와 한계점은 무엇인지를 짚고 있다. 우현 고유섭의 탄생 100돌을 맞아 교수신문사가 올해 상반기 특집으로 ‘한국미론을 재검토한다’는 주제하에 기획 연재한 글들을 손질하고 보완해서 묶어낸 것이다.
야나기 외에 전형적인 일제 식민사관 실행자였다가 나중에 흔들리게 되는 <조선고적도보>의 저자 세키노 다다시, 독일인 안드레 에카르트, 디트리히 젝켈, 미국인 에블린 맥퀸 등 외국인들의 한국미론이 흥미롭다. 거기에 고유섭, 최순우, 이용희, 김원용, 조요한, 그리고 해방 전후 신세대 화단을 주도하다 월북한 김용준, 진보적 민족주의 미술사학자 윤희순이 함께 거론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