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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17:16 수정 : 2005.10.21 18:08

내 아이의 스무살, 학교는 준비해주지 않는다
멜 레빈 지음. 이희건 옮김. 도서출판소소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고등학교 시절 늘 중위권을 맴돌았다. 밤새 공부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낙제한 과목도 없었다. 범생이도 아니었지만 특별히 사고를 친 적도 없었다.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싸돌아 다니거나 침대에 배 깔고 드러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다 그저 그렇고 그랬다. 대학 때 전공은 적성에 맞는 것도 안 맞는 것도 아니었지만 학점은 그런대로 나왔다. 운이 좋게도 졸업 뒤 바로 취업을 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했고, 재미도 없다. 계속 다닐 것을 생각하면 갑갑하지만 옮길 것을 생각해도 막막하다. ‘내 인생이 그렇지 뭐’하고 하루하루 넘기지만 영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소아과 의사 30년 경력의 멜 레빈이 쓴 <내 아이의 스무살, 학교는 준비해주지 않는다>(도서출판 소소 펴냄)는 이런 관찰에서 시작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육까지 멀쩡히 받고도 자기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는 이땅 대부분의 20대를 위한 자기계발지침서다.

저자는 이런 20대의 문제가 ‘초보어른’으로 자라나야 할 청소년들을 ‘어른아이’로 전락시켜버리는 제도권 교육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학교 교육이 집착하는 교육-철자가 얼마나 정확한지, 삼각함수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잘 기억했다가 앵무새처럼 외울 수 있는지 등-은 배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거의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이 진짜 집중해야 되는 분야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자신이 하는 일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면서 정밀하게 조정하는 능력, 당당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 일을 계획하고 미리 예상해보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런 진단과 결론은 ‘글쎄 누가 모르나’라는 반격을 당할만큼 너무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아이가 차라리 억지 똥고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 고집도 관심도 주관도 없어서 고민’이라는 부모와 ‘하고 싶은 것도 없지만 딱히 하기 싫은 것도 없어서 고민’인 20대가 찬찬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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