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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17:44 수정 : 2005.10.21 18:09

그림책의 이해 1·2
현은자·김세희 지음. 사계절 펴냄. 각권 2만4000원

그림책은 어떻게 시작됐나 어떤 각도로 이해해야 하나 제작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조각조각 나눠져 있던 정보 엮었다 어린이들이 ‘소우주’에 접근하는 다양성과 교육적 담론 가능성도 열어줘

한 그림책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를 처음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오늘 새로 산 신발인데 정말 멋지지 않아요? 나는 이 분홍색 신이 정말 맘에 꼭 들어요.” 그 편집자는 일 때문에 처음 만나 이런 얘기를 허물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며, 어쩌면 그것이 자기가 이 분야에 기꺼이 종사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이들이 그림책에 종사하는 것이기에 그럴까.

그림책 안에 담긴 천진난만한 세계

많은 사람들은 어린이한테 그림책을 준다는 것을 매우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이한테 그림책은 보기 좋은 그림 정도나 또는 이야기 놀이 겸 교육도구로서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편의주의로 치우치기 쉽다.

이런 경향은 비단 부모나 교육자뿐만이 아니다. 그림 작가나 초보 편집기획자 역시 사전지식 없이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들 때, 이런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매우 벅찬 감동의 세계, 어린이의 소우주와 그 소우주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꾸며나가는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이들에게 이런 그림책의 세계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례로 한 그림책 기획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냥 피상적으로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그림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다”, “그저 어린이를 위한 쉬운 문학 정도로만 여겼던 그림책 안에 담긴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세계, 그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치의 가능성을 보고서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으며 어린이 문학을 발전시키지 않고는 위대한 어른 문학과 문화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초기의 벅찬 기대와 의욕과는 달리 막상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난감해진다. 물론 천부적 통찰력으로, 전문지식의 배경 없이 몇 번쯤은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낼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든 기획자든 진정한 방향성에 대해 많은 갈등과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때가 바로 어린이 그림책에 대한 진정한 ‘이해’, 또 그 ‘이해한 내용’에 대한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작업자들은 ‘이해’에 대한 소통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출판사, 기획자, 글 작가, 그림 작가, 부모, 교육자 모두 공감하는 ‘이해’로 소통해야 하는데 지식과 정보체계,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분야만큼이나 다른 이해의 폭으로 그림책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식과 정보체계의 서로 다름에서 나오는 ‘이해’의 간극은 또한 그림책 작업자들 사이에 의사소통 부족을 불러온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보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라. 기획하는 사람이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부모가 이런 책만을 원한다거나, 그림이나 글 작가가 자기의 세계만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그림책을 발전된 방향으로 가져가려는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편향된 지식을 가진 이가 일방적인 칼을 휘두르게 된다면 우리는 부지불식간 얼마나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겠는가?

작업자들 지식·정보체계 공유해야

그림책 만들고 싶으세요?
이것이 바로 그림책 작업자들 사이에 지식과 정보체계의 공통분모가 있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지식 체계를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과 진정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미 초석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어린이 그림책 1· 2>(사계절 펴냄, 전2권)는 지금까지 불편하게 원서들을 뒤지며 조각조각 얻어야 했던 지식과 정보를 중요한 부분들로 간추려서 통합하고 거시적 안목에서 어린이 그림책을 어디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 그림책이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원류를 짚어볼 수 있고, 글과 그림은 어떤 각도로 이해해야 하는지, 외국 그림책 작가는 어떤 점에서 살펴봐야 하고 우리 그림책 작가들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또 그들을 장려하는 상과 관련단체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해볼 수 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주는 ‘소우주’에 접근하는 다양성뿐만 아니라 교육적 담론의 가능성도 열어준다. 일례로 저자는 그림 표현방법에 따른 선호도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유아가 어떤 표현 양식을 다른 양식보다 더 선호한다고 하여도 그 그림이 유아에게 가장 적합한 그림 양식이라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아마도 지금까지 가졌던 어린이 그림책에 대한 피상적인 생각을 수정하고 많은 새로운 지식과 이해를 넓혀줄 것이다.

한국 판타지 그림책도 연구 기대

언젠가 필자는 한 편집자한테서 교정 요청을 받았다. 잠들기 전에 양말을 신었으니 꿈 속에서 신발을 신으면 안되고 양말을 신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이해를 선택하지 않고 양보를 선택했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로 양말로 수정하였다. 어찌보면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예 논의할 가치조차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다. 그 편집자의 이해의 폭과 한계가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그림책 분야는 아니지만, 그것과 똑같은 문제가 교과서 그림에 대한 교정 과정에도 나타난다. 만일에 그들도 어린이 그림책을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기에 이 책은 전문서적임에도 관련 분야 모든 종사자들이 필독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정보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책이다.

현은자·김세희 두 연구자의 계속된 연구 성과를 기대하며, 다음 연구에는 어린이의 내적 세계에서 너무나 소중한 판타지를 주요 화두로 삼아, 외국 그림책의 차용만 있을 뿐 아직 일천한 우리나라 판타지 그림책에 대한 연구가 잇따르기를 기대해본다.

김의숙/ 그림인 일러스트연구소장·1992 볼로냐북페어 선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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