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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ynh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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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만난 사회
해마다 10월이 오면 전세계가 흥분과 기대 속에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기다린다. 올해도 노벨과학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차지한 생리·의학상을 빼고 예외없이 미국이 3명의 물리학상 수상자 가운데 2명, 화학상 3명 가운데 2명을 차지했다. 8명 가운데 절반이다. 올해 주목할 것은 독일의 노벨 물리학상의 테어도어 헨슈 박사의 근무지다. 그는 독일 뮌헨 북부 가르힝시에 있는 막스플랑크 양자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소속하고 있는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올해로 16번째라는 것이다. 1948년에 설립된 막스플랑크 재단 산하의 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80개나 있으며 연구지원 예산은 지난해에 약 1조5천억원이다. 이 연구소들의 특징은 단기성과에 두지 않고 긴 안목에서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 총생산(GDP)이 세계 12위인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가 경쟁력이 노벨상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과학상 분야에서는 아직 한국인 또는 한국계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아 과학기술계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문화적 배경이나 경제성장을 고려하면 노벨상은 충분히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기초과학의 진흥을 위해 올바른 과학정책 수립과 독일과 같이 기초과학의 세부 분야를 육성시킬 수 있는 연구소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설립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반 국민의 노벨상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 마치 노벨상을 올림픽 메달처럼 추구할 목표로 생각하는 계층이 많다는 게 당혹스럽다. 노벨상을 목표로 과학연구를 하는 것은 과학자의 바른 태도가 될 수 없다.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기초과학을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꾸준히 연구하는 문화다.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가?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의 수준은 어떠한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 월간지 최근호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서울대에는 황우석 교수보다 먼저 노벨상을 받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고 한 것의 깊은 뜻은 모르겠으나, 얼마나 기다리는 노벨상이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월간지에서 이런 기사를 실은 것은 하나의 코미디가 아닌가! 과학이야말로 전체가 골고루 발전할 때 과학의 성과가 나타난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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