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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16:41 수정 : 2005.10.28 14:30

동아시아는 지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일본내 최근 여론조사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린다. 때로는 찬성쪽이 조금 더 높다가 때론 반성쪽이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일본국민의 태도를 간파하기 어렵다. 주목해야 할 것은 총리의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밝힌 그 이유다. 그들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다. 대다수는 잘못된 건 없지만 중국·한국 등이 반발해 국제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총리의 참배 강행으로 일본에게 당장 득보다 실이 더 크므로 일단 중단하는 쪽이 낫겠다는 현실주의 입장이다.

지난 4월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한창일 때 나온 일본내 여론조사들도 그런 사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내 반발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그들 중 중국인의 반일감정이 옳다거나 근거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주 소수였다. 그런 태도는 한국내 대일감정에 대해서도 별로 다를 게 없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일본내 찬반여론이 약 45% 선을 전후로 왔다갔다 한다고 할 때, 반대자의 70-80%가 참배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서 일단 중단하는 쪽이 낫겠다는 전술적 고려 끝에 그런 응답을 했다면, 내심 야스쿠니 참배를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3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비율이 한자리 수를 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를 고집하는데는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 사설에서 그 전날의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주변국들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빤히 계산하고 한 그 행위를 무모하고 실속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평소 한국내 ‘반미감정’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도 20일 가토 료조 주미 일본대사에게 서한으로 유감의 뜻을 전달하면서 미국의 태평양전쟁 전범 처리는 이긴 자가 자기 마음대로 한 ‘승자의 정의’가 아니었다고 꾸짖었다.

이건 자가당착이다. 미국이 그럴 자격이 있나?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래 전범자들을 대거 복귀시켜 냉전의 기치 아래 그들을 오히려 동아시아 현대사의 승자로 육성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패대기치고 만악에 면죄부를 부여받은 친미·친일 부역자들을 대거 양산한 게 누구였던가? 미국이 되살린 전범자 기시 노부스케의 후예 고이즈미는 결국 미국의 대일 및 동아시아정책의 적자가 아닌가? <뉴욕타임스>와 하이드는 아마 너무 나가면 산통깰지 모르니 ‘오버’하지 말라고 고이즈미에게 충고한 것일 게다.

그런 점에서 성조기를 흔들면서 고이즈미를 비난하는 이 땅의 일부 광신도적 행태는 거의 정신분열증처럼 보인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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