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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17:55 수정 : 2005.10.28 14:28

말글찻집

같은 말이라도 여러 가지로 나타낼 수 있으니 말이 많을밖에 없다.

“바라다·기대하다·희망하다·소망하다·소원하다” 들은 주로 목적어를 받아서 쓰는 타동사들이다. ‘바란다’란 말 대신 ‘희망한다·기대한다 …’로 쓰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이 온전한 ‘명사’ 맛이 덜한데다, 영어 곧 ‘희망·기대·소망’ 들로 굳혀 써 버릇한 호프(hope)·익스펙트(expect) 들의 탓도 적잖은 듯하다.

“나는 너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봉급의 대폭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에게 너무 희망을 걸지 마라!”

이런 말·글을 접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분들이 있을 터이다. 그만큼 번역투에 익은 까닭이다.

‘희망하다·기대하다·바라다’ 두루 목적어를 앞세우는데, 사실은 “나는 네가 잘됐으면 좋겠다” 정도로 끝낼 말을 “성공을 기대한다” 식으로 쓰고 있다. 만약 ‘바란다’를 쓴다면 앞에 ‘성공을’이 아닌 ‘성공하기를’을 둬야 할 자리다.

재미나는 것은 요즘 ‘바람←바램’이 두드러지게 쓰이는 현상이다. 그것도 ‘바라다’의 명사꼴인 ‘바람’에 잡음씨(서술격조사) ‘이다’를 붙여서 ‘바람이다’로 쓴다는 점이다.

“우리의 조그만 마음이라도 서빙할 수 있는 그러한 따스한 마음을 우리가 (간직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언제나 정말 방송이 좋아져서 칭찬으로 프로그램 평가를 (끝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램입니다)/ 외국 여성의 인권과 지위향상을 위한 성공사례들도 (소개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루빨리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늘 긍정적인 사고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에게 명령·요구하거나 강제하는 인상을 삼가면서 그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양 말을 에루르는 만큼 솔직함은 덜하다.


‘무엇이 무엇이다’ 형식이면서도 주어(무엇이)를 생략하고, ‘~ 했으면 하는 간절한’ 식으로 매김말을 끼워 자릿수를 늘려간다. 말과 글에서, 반드시 쉽고 간결히만 쓰라고 할 일은 아니로되 이 정도라면 간략하고 쉽게 쓰라고 지적해야 마땅하다.

우선 자릿수부터 줄이자. “~ 간직했으면 합니다,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 노력해 주십시오, ~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나아갑시다.”

최인호/한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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