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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20:03 수정 : 2005.11.04 15:57

권태면 통일부 외교자문관이 쓴 <북한에서 바라본 북한>

인터뷰/<북한에서 바라본 북한> 쓴 권태면 통일부 외교자문관

권태면(49) 통일부 외교자문관(파견)은 2003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6개월, 500일 동안 함남 신포에서 살았다. <북한에서 바라본 북한>(중명 펴냄)은 그곳에서 쓴 글 모음이다. 100만 킬로와트 짜리 한국형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97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1조원이 흘러들어간 땅. 그는 그 곳 공사 주체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KEDO)의 북한 주재 한국대표였다.

그는 네번째 대표였지만, “국제회의나 행사장에서 잠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장시간 북한 땅에 상주하면서 북한 사회와 사람들을 직접 보고 겪은 것은 분단 이후 전례없는 일”이었다. 앞날이 불투명한 사업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그는 “어찌 돈으로만 따질 일이겠느냐”면서도 “북한 땅에 끼친 유무형의 파급효과만 생각해도 이미 충분한 성과를 올렸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성 공단 시설과 운영도 신포 경수로 건설 경험을 고스란히 옮겨 되살려 놓은 것”이란다. 공사가 시작된 지 8년, 그 동안 신포 주변지역은 경수로 공사를 맡은 한전 등 ‘남쪽’이 몰고온 엄청난 충격 속에 알게 모르게 크게 변했고 그 영향은 북한사회 전체로 퍼졌으리라는 게 권 자문관 생각이다.

책 2부의 ‘어느 봉사원 동무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18살에 신포에 들어가 25살이 된 여성 봉사원 ‘향숙 동무’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그 이야기는 남쪽과 남쪽사람들에 대한 북쪽 사람들의 생각과 대응양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극적으로 변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물론 그 글은 향숙 동무가 직접 쓴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하면서 직접 들은 얘기를 그대로 옮겨 정리한 것이어서 그가 한 얘기로 봐도 된다”고 저자는 밝혔다.

신포는 절반 가량이 ‘금호특별지구’에 포함돼 있다. 경수로 공사를 위해 북한이 외부와 격리시켜 놓은 금호특구는 약 20만평의 생활부지(숙박지)와 거기서 7㎞쯤 떨어진 약 100만평의 발전부지(공사장)로 나뉘어져 있는데 통상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작업이 이뤄졌다. 전력이 부족해 밤만되면 암흑천지가 되는 그곳에 밤새 전등불로 휘황찬란한 부지, 아침 저녁이면 일꾼들을 태운 수백대의 차량들이 전조등을 켜고 줄지어 가는 모습, 굴삭기 등 본 적도 없는 중기계들과 최신 숙박시설, 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남쪽 노동자들의 씀씀이 등 금호특구의 생활은 북쪽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특구내 9개 리 마을에는 3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매일 20차례 정도 주민들을 실은 열차가 지나간다. 그들과의 접촉은 철저히 금지되지만, 30여명의 북한 행정관리와 50여명의 서비스 담당관리, 노동자 1백여명, 향숙 동무처럼 식당이나 술집, 기념품 가게, 당구장, 이발소 등에서 일하는 민간인 봉사원 50여명 등과는 많은 시간 함께 생활했다. 농축우라늄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된 뒤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그는 북한과 통일문제를 결코 ‘낭만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서로 상대방 처지를 생각하는 역지사지 입장에서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볼 것을 주문하는 ‘생각 깊은’ 통일론자다. 제13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한 외무관리로 특수정책과장(북한담당)을 지낸 뒤 유엔 대표부에 분쟁업무 담당 참사관으로 갔다가 신포에 파견됐다. 그 전에는 폴란드 주재 공사를 지냈고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에서도 근무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밖에서 바라본 한국>이란 책도 썼다. “바깥에 나가보면 한국이란 나라는 방글라데시나 탄자니아 정도의 존재감밖에 없는 것 같다. 남북이 합쳐 두배로 커지지 않고서는 하나의 민족국가로서 국력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국가적 비전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통일해야 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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