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20:28
수정 : 2005.11.04 15:56
|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
필리프 튀르셰 지음. 권나양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3500원
|
짝짓기가 실패하는 또는 잘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거나 오랫동안 그들이 놓인 상황이 달랐던 까닭에 각각 유별하게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 동안의 설명이다.
그러나 동성애 커플의 헤어짐, 남녀평등 사회에서의 이혼율 증가는 그로써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양성의 화합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체념에 이를 뿐이다.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에코리브르 펴냄)의 지은이는 이런 막다른 골목을 되돌아 길거리로 나와 커플의 신체언어에 주목한다. 자그마치 2만쌍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짜잔~. 그냥 나란히 걷는 커플 53%가 남좌여우(男左女右)다. 포옹하듯 싸안은 커플은 73%가 그렇다. ‘그냥’과 ‘싸안음’에서 유의미한 수치가 8배로 껑충 뛴다. 어? 이거 물건되네! 여자가 유모차를 밀고 남자가 나란히 걸을 때는 84%가 남좌여우다. 지은이는 쾌재를 부른다. 남좌여우가 남녀 공통의 욕구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고. 이런 남좌여우 현상은 (거리에서) 상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지은이는 불안감과 여기서 비롯된 집착을 ‘사랑증후군’이라 이름한다. 자랑스럽게.
과학스런 설명이 없을손가.
뇌의 왼쪽반구는 오른쪽 신체를 관리한다. 즉 왼쪽 눈이 오른쪽을 담당한다. ‘좌남’의 왼눈은 여자를 감시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 오른팔을 사용한다. ‘남좌’는 관계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뇌의 오른쪽 반구는 감수성과 관계를 관장한다. ‘우녀’는 남자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상태에 놓임을 뜻한다. 자신이 관계를 리드하지 않겠다, 왼쪽 남자의 보호를 받아들이고 통제 아래 놓인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더 이상의 설득이 필요한 독자를 위해 뇌의 세 시기에 걸친 진화가 거론된다.
800만년 전 두 발로 서기 시작한 원숭이였을 때 인간의 뇌는 악어급. 감정은 없고 생존 프로그램만 입력돼 있었다. 그때의 사랑은 교미 수준. 80만년 전 호모에렉투스는 대뇌 변연계가 생기면서 감성적 욕망이 싹텄다. 이때의 사랑은 교미 중 서로 쳐다보는 수준. 마지막 단계는 8만~3만5000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대뇌피질이 생성되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상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즉 ‘사랑증후군’이 탄생했다. 어흠!
여기까지 과학 끝~. 책의 나머지 부분은 사랑증후군을 벗어나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길은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다. 일종의 사랑교과서다.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남좌여우이고자 하는 커플은 뒷부분을 탐독하시라.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