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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속 숨은 단상을 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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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장면
인공낙원을 거닐다
오창섭 지음. 시지락 펴냄. 9500원 (교통카드의) ‘삐-’소리는 우리에게 이중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 하나가 ‘버스에 탈 수 있다’라는 허가의 의미라면, 다른 하나는 ‘버스요금을 카드에서 제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삐-’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다. 그 소리는 단말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통보다. 토큰을 요금통에 던지는 우리의 몸짓과 ‘땡그랑-’소리가 사라진 자리를, 단말기가 우리의 귀에 던지는 ‘삐-’ 소리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무딘 지각은 단말기 표면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숫자와 ‘삐-’소리만을 통보받을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확인할 수가 없다. 교통카드에 얹혀진 편리함이라는 신화는 우리의 수동성과 연관되면서 증폭된다. (승객들은) 카드를 단말기 표면에 직접 대는 경우는 얼마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지갑이나 가방을 단말기 표면에 가져가며, 심지어는 호주머니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버스카드가 IC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다. IC칩은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자기장을 이용해 카드의 정보를 내보낸다.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는 전파라는 형태의 파장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전파는 유년시절 눈빛으로 보고들었던 이야기 속 유령을 닮았다. (151~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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