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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8 18:48 수정 : 2005.11.08 22:13

고전 국역 오류투성이-한문학자 홍승균씨 ‘다산시문집3’ 오역 지적

한문학자 홍승균씨 ‘다산시문집3’ 오역 지적 “조선왕조실록·대동운부군옥도 곳곳 엉터리” 민족문화추진회 “번역위원 처우부터 개선을”

국역 고전에 오역이 많다는 주장이 본격 제기되었다.

재야 한문학자인 홍승균(70)씨는 최근 민족문화추진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실어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낸 <다산시문집 3>에 오역이 너무 많고 번역문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책 179쪽부터 408쪽까지 41곳의 오류를 찾아 바로잡은 예를 들고 “전체를 교열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씨가 든 예 가운데 몇 가지를 뜯어보면,

한 통 술은 코끼리 코를 당기기에 알맞거니와→술마시기에 알맞은 코끼리코 술잔도 겸하였다네

189쪽 ‘서지상하(西池賞荷)’에서 원역자는 ‘묘(草밑에 豹에서 勺대신 兒)姑氷雪超超想/越女裙衫澹澹姿/一합(木옆에 去아래 皿)兼宜彎象鼻/百花那得妬蛾眉’를 ‘묘고의 빙설에다 생각은 세속을 뛰어나고/월녀의 치마 저고리에 자태도 얌전하구려/한 통 술은 코끼리 코를 당기기에 알맞거니와/온갖 꽃이 어찌 미인을 시샘할 수 있으랴’로 풀어 무슨 뜻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홍씨는 ‘빙설같은 묘고산 신인(神人)의 초탈한 정신이요/치마 저고리 어여쁜 월녀의 담박한 자태로구나/술마시기에 알맞은 코끼리코 술잔도 겸하였다네/다른 꽃들이 어찌 그 아름다움을 다툴 수 있겠나’로 매끄럽게 풀었다. 여기서 원역자가 얼버무린 ‘코끼리코 술잔’이 위나라 때 정각(鄭慤)이 연 줄기를 이용해 술을 마셨던 일화에서 나왔음을 설명했다.

207쪽 ‘호리미월(瓠籬微月)’에서 역자는 ‘數痕微白初開악(草 밑에 心뺀 愕) 一조(四 밑에 卓)純靑不辨籬’를 ‘두어 흔적 희미한 달은 막 봉오리 펼쳤는데/한 그물 푸르름엔 울타리를 분별 못 하겠네’로 옮기면서 ‘두어 흔적(數痕)’을 ‘달이 완전하게 하얗지 않고 속에 여기저기 거무스레한 점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라고 풀고 있다. 그러나 홍씨는 ‘數痕微白’을 ‘흔적같이 희미한 흰 빛’으로 풀고 이것은 달이 아니라 박꽃을 가리킨다고 말하고 있다.

218쪽 ‘상천진사시에 차운하다’에서 역자는 ‘佛日’을 “욕불일(浴佛日)의 준말로 석가모니가 탄생한 음력 4월초파일을 가리킨다”고 풀었다. 그러나 홍씨는 “부처의 법력이 중생을 제도함이 마치 대지를 고루 비추는 태양과 같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국학고전 국역서 서지정보를 검색한 결과 오역 사례로 지적된 <다산시문집 3>을 초역한 ㅇ씨는 민추의 번역 전문위원으로서, 76년 <중종실록 2>에서 2004년 <사가집 2>에 이르기까지 28년 동안 105건의 번역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헌순 민추 국역실장은 “지적된 41곳 가운데 25곳은 이미 웹서비스되는 텍스트에 반영하여 수정하였다”고 말하고 “수요가 적어 개정판을 내지 않으나 개정판을 낸다면 책에서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고전번역에 이처럼 오역이 많이 생기는 것은 “한문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지만 민추의 조직이 준공무원화하였기 때문”이라고 홍씨는 지적했다. 또 “한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은 탓에 엉터리로 번역하여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어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개탄했다.

홍승균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민족문화추진회뿐 아니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전통문화연구회 등 고전국역기관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평하고 대형 국역사업인 <국역 조선왕조실록>, <국역 대동운부군옥>에도 오류가 많이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에 심사평가 기능을 두어 국역 성적이 나쁘면 예산에 불이익을 주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추 쪽에서는 보수체계가 적어도 교사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민추 직원의 보수가 연봉대비 70~80%에 불과한 수준이고, 번역료도 1장에 8000원 정도로 낮아 역자들이 번역에 전적으로 매달리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국가적인 지원체제의 정비가 급하다고 전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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