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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17:52 수정 : 2006.02.22 19:44

애경/‘별난 법학자의 그림 이야기’

아깝다 이책

“20만원이요? 2만원이 아니고요?”

책에 그림 한 컷 넣으려고 저작권 사용료를 문의했다가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어떤 그림이냐, 누구의 그림이냐,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금액은 달라진다. 또 저작권 사용료가 모든 작품, 모든 그림에 다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은 작가 사후 50년까지 보호되고, 유럽의 경우는 70년까지 보호된다.

그런데 작가의 사후 저작권료는 누가 받을까? 작가의 상속인? 딩동댕! 그럼 피카소나 샤갈의 상속자는 재산을 얼마나 물려받을까? 그런데 상속세는 내기나 하나? 어떻게 내나?

<별난 법학자의 그림 이야기>는 이런 좀 엉뚱한 이야기 모음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피카소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은 프랑스 정부에 상속세를 냈다. 그런데 당장 현금으로 낼 수가 없어서 작품으로 대납했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그 작품을 모아 피카소 미술관을 지었단다. 모두 모으면 3500개가 넘는다니 부러운 일이다.

이 책을 쓴 김민호 교수는 이렇게 그림 이야기와 법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엮고 있다. 고리타분할 것 같은 법학 교수님이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그림 이야기, 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부인이 예술가인 덕이기도 하다. 억지로건 자발적이건 부인과 함께 미술 작품을 볼 기회가 많다 보니 미술과 관련된 법적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보았다.

이를테면 낙서화가였던 바스키아가 남의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을 범죄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타인의 재산권 침해일 수 있단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어느 미대에서 일어났던 사건 하나. 교수님이 작품으로 만들어놓은 조형물을 청소부 아저씨가 고철 폐기물인 줄 알고 엿 바꾸어 버렸다. 이 아저씨에게는 무슨 죄가 있는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아저씨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있을 수 있고 재물손괴죄도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맘 좋은 미대 교수님은 자신의 작품 재작업을 돕는 것으로 아저씨의 책임을 덜어주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일컬어지는 나혜석의 작품과 삶 속에서는 이혼을 짚어보기도 한다. 합의 이혼과 재판 이혼, 위자료 문제, 양육권 문제 등….


조금은 진지한 미술책을 만들어온 예경으로서는 이 책을 내면서 정말 대중적이고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 책이라고, 나름대로 흥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 열화 같은 독자의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어서인지, 출간하고 몇 달도 안 되어 풀이 죽어버렸다. 처음에 “낙서화가 바스키아 감옥가다”라는, 좀 무겁고 어려운 제목을 붙여서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좀더 쉬운 제목을 고심한 끝에 <별난 법학자의 그림 이야기>라고 했는데도 처음의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구나, 어렵고 무겁고 복잡하다고 여겨온 법이 생활과 미술과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짚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름대로의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현숙/예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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