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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기억 1·2·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박병규 옮김. 도서출판 따님 펴냄. 각권 1만7000~1만8000원 |
남미 군사정권 저항작가 갈레아노 1천권 문헌 섭렵 원주민 민중사 복원 짧은 일화 때론 민담으로 때론 일기로 문학적 감동 저릿한 ‘장대한 서사시’
“1492년 카리브해 과나아니. 콜럼버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춘다. …오늘부터 이 모든 것은 저 먼 곳의 군주에게 귀속된다. 산호의 바다와 해변, 새파란 이끼가 뒤덮인 바위, 숲, 앵무새, 매끄러운 담황색 피부의 원주민들까지 전부 그의 소유물이다. 아직은 옷도 죄악도 돈도 모르는 원주민들은 멍하니 콜럼버스의 무리를 바라볼 뿐이다.” 이후 유럽 침략자들이 ‘신대륙’이라고 주장했던 남북 아메리카(이마저도 그들이 붙인 이름이지만)의 광대한 지역에 흩어져 오랜 세월 독특한 문명을 일구었던 아즈테카, 잉카, 마야 제국과 그 주민들은 거의 절멸 위기에 내몰린다. 무자비한 살륙과 전쟁, 노예사냥, 유럽인들이 가져간 전염병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갖가지 피부색의 피들이 폭력적으로 뒤섞였다. 금·은 등 재화들은 철저히 약탈당했으며, 숱한 유물과 서적들이 파괴당하고 불탔다. 그리하여 ‘인디언’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통칭돼온 그들의 기억은 멸실되고 역사는 사라졌다. 남미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한때 투옥당하고 사형수 명단에도 올랐던 우루과이 출신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불의 기억>(따님 펴냄)은 바로 구미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의해 유린당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비극적인 기억과 역사를 되살리고 침략자들의 범죄행위를 온전히 드러내려는 시도다. 이 방대한 저작은 짤막하지만 매우 구체적인 사실들을 대부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엮지 않고 연대기 순으로 폭넓게 나열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침탈사 구석구석 구체적으로 되살려 그러나 1권 앞부분 ‘최초의 목소리’라는 제목이 붙은 그 지역 특유의 신화적 사실에 대한 기술들을 예외로 하면 1492년 콜럼버스의 카리브지역 도착부터 3권 1984년에 이르기까지의 기술 내용은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를 읽는 듯한 내적 연결과 통일성을 느끼게 한다. 각 편들은 문학작품을 보듯 저자 특유의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간결하면서도 때로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문체는 원주민들의 파란만장한 기억과 역사들을 구석구석 드러내면서 범죄자들의 잔혹성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서술내용들이 모두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확실한 문헌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비록 이야기는 내 방식대로 풀어냈지만,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전승, 민담, 신화, 문헌, 신문기사, 평론, 민요, 대중가요, 일기, 편지, 시, 소설, 역사서적 등에서 인용하는 유명·무명의 개인들이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그냥 늘어놓은 게 아니다. 이런 방식은 서사 전개의 추상화·형해화를 극복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종의 민중사라 할만큼 무수한 개인들의 역할과 에피소드들을 부각시키면서 서사전개의 구체성과 활력을 최대화한다.“기독교도 있다고? 천국 안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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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근대회화의 거장으로,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와 결혼한 사실로도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1886-15=957)의 작품 <죽은자의 날>. 멕시코 민중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유럽회화의 전통을 멕시코의 전통에 결합시키려 한 ‘가장 멕시코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특징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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