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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18:40 수정 : 2005.11.12 00:30

말글찻집

통상 ‘인간적, 비인간적’이라면 ‘사람’을 전제로 한다. 때로는 ‘인간적’이란 말은 사람 아닌 사물·동식물 등을 전제로 쓸 수 있고, ‘비인간적’은 사람만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인간적’이라면 우선 ‘인간다운’과, 사람은 아니나 ‘사람 비슷한’의 두 갈래로 떼어낼 수 있고, ‘비인간적’은 ‘짐승 비슷한, 냉혈동물 같은’ 정도여서 헷갈릴 게 없다.

이럴 때 뒷가지 ‘-적’을 덜 쓰려면 하나는 ‘-다운/-답다’로 보내고, 하나는 ‘비슷한 가짜’를 일컫는 뒷가지로 규정하는 게 적절할 터이다.

“사람들은 신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덧칠한다”라면 신을 전제했는데, 신 아닌 다른 짐승을 전제로 삼아서 쓸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한테 ‘인간적’이란 말을 쓰면 인간이 아니란 전제가 되어 큰 욕이 된다. “인간다운 인간을 만나기 어렵더니 오늘 참사람을 한 분 만났구려”라면 사람을 전제로 그 자격을 확인하는 말이 된다. 이로써 ‘인간적’이란 말의 쓰임이 상당히 어름어름한 상태임과 함부로 쓸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답다’는 자격·품위를 뜻하는 말에 붙어 그 격을 높이는 구실을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적’의 일부만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자말 ‘소극·적극·미온·본격 …’ 따위는 ‘-답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드시 ‘-적’을 붙여 써야 통한다. 모든 ‘-적’자 돌림말에는 ‘-이다’를 붙여 쓸 수 있다. 본디 말뜻은 흐릿하나 ‘이다’가 지닌 단정적인 맛을 덧붙여 ‘-적이다’꼴의 말을 즐겨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뒷가지 ‘-적’이 그 생산성 이상으로 다른 적확한 서술어들을 밀어내는 폐단이 뚜렷한 한편으로, ‘-적/-적으로’를 마땅히 써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이를 생략한 채 불안정하게 쓰는 사례도 생겨난다.

“집중 공략하다, 전격 선언하다, 본격 수사하다, 공식 발표하다, 적극 해명하다, 시범 실시하다 ….”

이들을 ‘집중공략’ ‘전격선언’ ‘본격수사’ ‘공식발표’ ‘적극해명’ 따위로 뭉뚱그려 쓸 수는 있겠으나 그 뒤에 ‘-하다’를 붙여 써서는 ‘부사+서술어’ 구조로 얽힌 머리가 되어 온전한 풀이말 구실을 못하게 된다. 앞말을 띄어쓴다고 하여 집중·전격·본격·공식·적극’ 들이 홀로는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 구실을 못하기에 잘못된 문장이 되기는 마찬가지다.(*‘적극’은 부사로 치기도 함)

“몰아서 공략하다, 갑자기 선언하다/ 벼락치기로 선언하다, 제대로 수사하다/ 본격수사에 나섰다, 공식으로 발표하다/ 공식발표를 하다 ….”

‘-적’이 있어도 탈 없어도 탈이니 이런 방식으로 풀 수도 있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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