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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에로티시즘
프랑크 에브라르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1만1000원 |
에로티시즘의 눈으로 본 안경이야기 “코위에 얹힌 안경은 남성 성기의 메타포” “침실서 안경벗기는 건 애무 위한 암호” 보기와 감추기, 명료함과 흐릿함 넘나드는 안경의 매력 수많은 작품속에서 끄집어내
오쟁이진 남자. 끼면 나신이 보인다는 안경을 5천 프랑에 샀다. 길거리에서 관능적인 몸매를 실컷 훔쳐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친구와 자기 아내가 있었다. 물론 나체로 보였다. 안경을 벗었는데 둘은 여전히 옷을 벗은 채였다. “빌어먹을. 5천 프랑이나 준 게 벌써 고장이야.” <안경의 에로티시즘>(마음산책 펴냄)에 나오는 우스개다. 안경은 시력 보정기구로서, 렌즈와 안경테 그리고 코안장(또는 코받침)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근시, 원시, 난시 등 눈이 나쁜 사람이 끼고 노안이 되어 일종의 틀니처럼 끼기도 한다. 애초 안경은 안 쓰는 것이 좋았다. 눈이 비정상이라는 표지이고 여성의 경우 ‘네 눈’은 미적인 핸디캡으로 인식됐다. 단순 쓰임새 넘어 사회적 지위 상징 그러나 안경은 단순한 쓰임새를 뛰어넘어 사회적인 지위를 드러내는 장치로 진화했다. 생김새도 다양해지고 변종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선글라스는 으레 글래머 모델이 썼다(낀 게 아니다). 하여튼 안경은 하나의 기표가 되어 예술성을 부여하는 대상이 되었다. 각종 사진과 광고, 영화의 장치가 되고 각종 문학작품의 소도구가 되었다.이 책은 소설, 영화, 연극에 소도구로 등장하는 안경에 얽힌 ‘핑크색’ 이야기다. 지은이는 온갖 듣도보도 못한 작품 가운데 야릇한 안경 대목을 뽑아서 자신의 ‘썰’을 푼다. 책을 많이 읽은 이는 “아하!” 할 터이고 생짜배기는 짜증이 날 법하다. 한가지 주제로 자료를 그러모은 뒤 다시 잘게 나누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잘 난 척하는 게 천상 프랑스적이고, 말을 하되 에돌고 비트는 것 역시 프랑스적이다. 우아함을 위한 우아함. 샤를 보들레르, 장 보드리야르가 나오지만 그들은 자신의 얘기를 끌어가는 미끼일 뿐이다. “안경은 타인의 시선을 몸의 특정부위로 끌어들이는 관능적인 기표가 된다. 위쪽으로 이동하여 성을 감출 수도 있고 허리띠 아래로 내려감으로써 성을 자극하는 신체 부위의 존재를 알릴 수도 있다. … 특히 코 위에 올려지면서 상징적 성적 의미를 갖게 된다. 긴 코위에 얹힌 안경이 꿈에 나타나는 것은 남성적 성기의 메타포로 해석된다.” 우아함과 관능의 줄타기.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 이르면 뭔가 폼나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검은 안경은 열정을 감춤으로써 말하고 드러내는 비언어적 언어를, 사랑하는 주체가 사랑받는 관객에게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고 있음을 신호로 알려주는 언어를 구성할 가능성을 허용해준다.” 저자의 별것 아닌 말 비틀기에 역자가 넘어진 모양새다. 알리나 레이의 <문 뒤에서> 가운데 ‘비서’를 인용하면서는 점잔을 빼면서 한껏 애로틱한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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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관능의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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