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0 19:09
수정 : 2005.11.1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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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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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존 고트먼은 부부의 일상대화 15분 테이프를 보고 15년 뒤에 이혼할 지 여부를 95% 정확도로 예측했다. 그는 대화 내용이 아니라 대화 중에 나타나는 감정을 20가지로 코드화하고 그 가운데 방어자세, 의도적 회피, 냉소, 경멸에 착목하였다. 그 가운데 경멸이 이혼의 징후임을 포착해 냈다.
우리는 통상 긴 시간을 투입하여 많은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링크>(21세기북스 펴냄)의 지은이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무의식이 핵심정보를 순간 포착하여 내리는 판단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데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교수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를 적게한 학생그룹, ‘축구 훌리건을 생각하라’는 주문을 받은 학생그룹은 각각 55.6%, 42.6%의 문제를 맞혔다. 또 ‘인종을 밝히라’는 주문을 한 뒤에 문제를 풀게 한 결과 흑인학생들이 맞힌 문항 수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사례도 있다. 지은이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착각에 불과하고 사전정보와 선입견은 판단을 그르친다고 말한다.
장고 역시 능사가 아니다. 첨단장비와 정보로 무장한 청팀이 한국전 참전 노병이 이끈 구세대 홍팀과의 가상전쟁에서 패한 사례와 각본 없이 무대에 올려진 즉흥극이 사전에 짠 작품 못지않게 매끄럽다는 사례를 들어 즉흥성이 옳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순간판단의 원리는 뜻밖에 단순하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려내 핵심요소를 뽑아냄으로써 일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정보가 의외로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미 쿡카운티의 한 병원에서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 심장병 환자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심전도 검사 결과와 혈압, 폐속의 물, 불안정한 협심증 등 4가지로 축소한 결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사망자를 현저하게 줄였다고 한다.
그러면 정확한 순간판단의 방법은 무엇인가? 노력과 숙고와 고뇌를 통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안다고 믿는 것을 부정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편견 또한 벗어던져야 한다. 신입단원을 뽑을 때 장막 오디션을 한 결과 미국의 오케스트라에 여자 단원 수가 30년새 다섯 배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가장 ‘대통령스런’ 후보를 선택한 결과가 최악이었음이 드러난 미국의 하딩 대통령, 편견에 사로잡힌 경찰이 흑인청년을 벌집으로 만든 사례를 들어 그 위험성도 지적하고 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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